피하지 않고, 진심으로 마주하기로 한 어느 리더의 기록
‘안정’, ‘화합’, ‘조화’를 중요시하는 나에게 성과지향적 팀원과 함께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매번 부딪쳤고, 감정이 섞인 말에 마음이 점점 식어갔다.
‘누군가 한 명은 퇴사해야 끝나는 거 아닐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던 찰나, 팀원이 먼저 대화를 요청해 왔다.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다. 팀장이기 이전에 나도 사람이니까 상처 준 사람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런 나를 붙잡은 것은 그 말속에 담긴 진심 한 자락이었다. 정말로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졌고, 그 순간 나는 대화를 수락했다.
시간을 두고 그간의 갈등을 곱씹었다. 업무 이슈는 표면에 불과했고, 그 아래에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도 있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나는 원래 갈등을 피하며 내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인데 리더가 되고 나서는 그럴 수 없었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감정들이 너무 많아서 문득 외로웠다.
"내가 리더니까, 참아야지."
그렇게 넘긴 감정들이 어느새 내 안에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팀장이라는 역할보다 상처박은 나 자신에게 먼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나부터 보듬기로 했다.
그날, 우리는 마주 앉아 서로의 진심을 꺼냈다.
이번엔 나도 참지 않기로 했다.
내가 상처받은 말들과 힘들었던 순간들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는지 조심스체 이야기했다.
그러자 비로소 알게 됐다.
팀원 또한 이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는 그 말 한마디가 나를 크게 흔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리더는 무조건적으로 참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솔직한 마음으로, 진심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걸.
감정을 숨기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상처를 꺼내 놓을 때 비로소 관계가 다시 살아난다는 걸.
예전엔 이렇게 생각했다.
“그냥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제는 안다.
리더십의 본질은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은 결국 감정의 존재다.
감정을 다룬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큰 감정의 파도를 지나며, 나는 다시 나 자신에게 다짐한다.
도망치지 않기로. 포기하지 않기로.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팀원들을 포기하지 않기로.
그리고 무엇보다 리더로서 참는 대신, 진심을 담아 말하는 법을 잊지 않기로.
상대를 꺾기 위한 솔직함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따뜻한 표현을 선택하기로.
언제나 완벽할 순 없지만, 그 진심이 닿기 위해 노력하기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한, 일만 할 수는 없다.
일하는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함께 보듬는 그 어렵고도 중요한 일을 나는 지금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이 이야기가 언젠가 또 다시 흔들릴 나에게, 그리고 비슷한 마음으로 하루를 지나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로 닿기를 바란다.
그런 날들을 우리는 함께, 끝내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