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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Koo Jun 13. 2023

마음에도 기후위기가 있나요?

관계에서 나를 찾다.


지구는 불규칙적이지만 2~7년을 주기로 해수 온난화 현상인 ‘엘니뇨 현상’이라는 것을 보이는데 내 마음에도 그런 비슷한 현상이 있는 것 같다. 여러 역할에 덧입혀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상적인 심리적 역동 없이 정체되어 마음의 온도를 방치하다 원치 않는 순간에 이상 고온을 일으켜 수증기로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시기가 있다. 애석하게도 요즘은 나이탓인가?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 않아 더 슬프다.


여하튼 마음도 에너지작용처럼 흐름이 있어 기후를 만들고 대기상태가 있는데, 대기(마음)의 구성요소와 그 비율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흐름을 막거나 정체되게 하면 마음에도 이상기온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리 흐름을 막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십시오 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방법 리스트를 작성해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계점이 어느 수준인지 주기가 있다면 어떤 주기로 찾아오는지를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의 구름은 여러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습기를 머금는 정도도 다른데 나의 경우를 보자면 기후상태로 들 수 있는 우기가 있으나 시기가 뚜렷하게 정해진 것은 아닌 것 같고 호우성 폭우이거나 태풍과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대기의 흐름은 지구의 공-자전에 의해 규칙이 있으나 짐작하기 어려운 여러 현상들로 인해 종잡을 수 없듯이 내 마음도 그러해서 주변의 영향을 받아 예상치도 못한 우기에 접어들기도 한다. 특히나 중요한 관계에서의 마찰은 내게 비구름을 형성하게 하고, 폭풍우 까지는 아니더라도 장마철을 맞이하여 내내 집콕생활을 하게 하곤 한다.


주변의 비구름에도 비교적 바람을 잘 통과시켜 맑음을 유지하는 편인데, 어느새부터 유독 그와는 흐림이 잦아졌다. ‘비 온 뒤 갬’도 아닌 ‘그냥 흐림’이다. 좀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멜랑꼴리melancholy’가 맞을 것 같다.

그의 흐림은 나와 결이 비슷하여 굳이 맑음을 위장해도 되지 않아 편하긴 하나, 때때로 나는 그의 흐림을 감당해 낼 재간이 없다. 어쩌면 내가 잘 다루지 않고 내버려 둔 흐림을 그가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공유된 날씨, 내면의 멜랑꼴리는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나, 각자 자신만을 향한 단방향이어서 공유된 사유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돌아서면 나의 대기는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상태가 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는 역동이 없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나 자신의 틀에 갇혀서 보고 있고, 애써 맞추려 노력하지 않고 맞춰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 ‘흐림’을 보여도 되는 편안함은 있으나 바람을 불어주지도 불러일으키지도 않아, 변화인 ‘갬’은 잘 없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 것 같다.

나와는 다르게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어 고맙다는 피드백을 한다. 언어와는 달리 마음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어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느낌으로 안다. 그도 어쩌면 나와 같은 이런 답답함을 느끼기에 ‘고맙다’는 피드백을 하는 것 아닐까?


사실, 요즘 거의 모든 관계의 날씨가 그렇다. 역동적인 흐름보다는 ‘있는 그대로’라는 명목 하에 ‘정체’에 가깝다. 변화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도 알고, 버려야 할 것들이 생기는 것도 알게 되면서 변화를 위한 용기보다 두려움이 많아져 ‘있는 그대로’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가까운 이 중 또 다른 어떤 이는 우리 관계의 대기흐름에 한껏 도전적이다. 그와의 만남은 맑음으로 시작했다가도 흐림이 되기도 하고 억지로 억지로 간신히 개이기도 한다. 그와의 역동은 조금 버거우나 어떤 면에서는 고맙기도 하다.


내 마음의 기후는 어떠한가? 돌아보게 된다. 엘니뇨 현상의 시기와 증상을 예측해본다. 예상치도 못하게 곧 닥치는 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한껏 걱정해 본다. 기우이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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