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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여인 Aug 02. 2019

태풍이 오던 날

7번의 밤과 7번의 별

요 며칠 비 오는 시간이 잦다.

비만 오면 예전의 그날이 생각이 난다.


처음 태풍을 경험했을 때.


내 나이 18살 적에 태풍 매미가 김천으로 직격 했다.


창문이 비와 바람을 맞아 오한이 걸린 듯 후들후들 거리는 시간이 늘어가고 “딸깍”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엄마와 동생과 내가 어둠에 갇혀버렸다. 티브이도 끊겼다. 물도 나오지 않았다.


암흑과 함께 고요함이 함께 내려앉았다.


윙하게 시끄럽게 돌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도 사라지고 시끄럽던 윗집의 소리도 사라졌다.

그날 밤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는 시골집에서 김천으로 돌아오는 채비를 하던 중 강이 갑자기 불어나 고립되어버렸다. 아빠가 건너야 할 다리는 불어난 강물에 부서져 날아갔고 강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는 일주일이 넘어서야 집으로 간신히 돌아왔다. 살이 10킬로가 넘게 빠졌다. 그 덕에 지금은 그곳에 부항댐이 생겨났다.


태풍이 왔을 적에 아빠는 그곳의 가장 높은 곳, 작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했다. 핸드폰도 지갑도 다 떠내려갔고 배가 많이 고팠고 밤에는 사방은 물 흘러가는 소리라 아주 무서웠다고 했다.


특히 책에서만 보던 그 칠흑같이 검은 밤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 와중에 별이 아주 잘 보였단다.

정말 그렇게 많은 별이 떠 있는 것을 처음 봤다고 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7번의 밤과 7번의 수없이 많은 별을 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그때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엄마의 표정도 생각난다.


엄마와 나 그리고 동생이 있던 아파트에서는 태풍이 지나간 직후부터, 아파트 앞에는 며칠 동안 청소부와 빨래를 빠는 군부대 차량과 나무로 만들어진 임시방편의 전봇대가 세워졌다.


물을 받아 나르면서 모든 것은 복구가 되어가는데 엄마는 3일이 지나가자 엄마는 소파에 누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그때 내 나이가 고등학교 때였는데도 자꾸만 배가 고파 눈치가 보였다. 엄마는 밥을 거의 드시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가 오신 날 엄마도 그제야 일어나셨다.


아빠는 화장실 문을 열고 집에서 씻었고 엄마는 요리를 하셨다. 안도의 한숨과 아이고 다행이다라는 소리가 주방에서 몇 번이나 들렸다.


“아빠가 돌아와서 참 다행이다.”

"아빠가 돌아와서 참 다행이다"

"아빠가 돌아와서 참 다행이다"


그때는 나는 너무나 철이 없었고 몰랐다.

잃는 것에 대한 것을 경험하고 학습한 30대가 되니

비가 오면 그날 밤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엄마의 두려웠을 마음을 이제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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