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그나마 잘 찍지도 못한 사진 몇 장으로는, 이 곳의 자연과 건축이 주는 경이로움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몽생미셸 하나를 보기 위해, 새벽같이 움직여 서울에서 부산쯤은 되는 거리를 이동해야 했지만 도착하는 순간 그 수고와 피로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파리에 와서 이 풍경을 보지 못하고 돌아갔으면 어쩔 뻔 했을까. 중세의 순례자들은 파리에서부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일 년을 걸어서 이 곳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곳에 처음 수도원이 지어진 것은 8세기. 이후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 지어지고 13세기에는 고딕 양식의 회랑과 첨탑이 더해졌다. 이후 14세기에는 100년 전쟁의 요새로, 프랑스 혁명 당시에는 감옥으로도 사용되며 무려 800년에 걸쳐 증축과 개축을 반복한 긴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 건축물이다. 다리를 놓아 육지와 연결하기 전까지는 밀물 썰물에 따라 완전한 섬이 되기도, 육지가 되기도 하는 독특한 지형이었다고 한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기를 기다리며, 거칠게 불던 바람 속에서, 물이 차오르는 바다 위로 붉게, 붉게 물들어가던 그 날의 저녁 하늘을 잊지 못한다. 내 몸을 통과해 불어 나가는 것 같았던 바람 속에서 얇은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너무 아름다워 그저 뭉클한, 저녁 풍경을 하염없이 감탄하며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