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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 Sep 22. 2020

Snow Report

여행하고 쓰다: 북해도

스키도 보드도 잘 모르지만, 이번 겨울 여행에서 처음 배운 '파우더 스노우' 라는 단어는 내린지 얼마 되지 않은, 아직 뭉쳐지지 않은 건조한 눈을 일컫는다고 한다. 밀가루를 체 쳐 내리면 사이 사이 공기층이 들어가 곱게 쌓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눈이 98cm 내렸다. 무서울 만큼 쌓이는 눈에도 마당을 쓸고 계신 관리 아저씨도, 셔틀버스 기사 아저씨도, 이 정도 쯤이야. 아무 문제 없다는 듯 평온하게 흘러가는 일상이다.


케이블 카 위에서 내려다 본 상급의 스키 슬로프는 여기가 스키장인지, 눈 내린 야산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그물망 하나 안전 장치 하나 없다.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면 간이 떨려 발도 들이지 못할 것 같다.


아무것도 아무 길도 그려지지 않은 깊은 산 속 하얀 눈 위로, 몇 되지 않는 사람들만이 쏜살같이 지난다. 제각기 다른 산등성이로, 제각기 다른 주법으로, 제멋대로 활강한다. 어떤 기분일까. 동경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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