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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양연화 Oct 11. 2021

<한국어 수업 이야기> 출간

B컷 서문으로 인사드립니다. 


아래 글은 서문 초고로 소위 'B컷'입니다. 
실제 서문과 첫 꼭지는 인터넷 서점의 '미리보기'에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글 마지막 링크 활용).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 오르는 나의 꿈이라 생각하라

- 함형수, 「해바리기의 비명」 중에서


윤스테이에서 보이는 어학당과 한국어교원

원고를 다듬어 출판을 준비하는 동안 〈윤스테이〉라는 TV프로그램를 즐겨 봤습니다. 전라남도 구례의 고택 쌍산재를 배경으로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진, 최우식이 외국인 손님에게 한식과 하룻밤을 대접합니다. 외국인은 그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한옥과 한식을 체험합니다. 배우들은 다소 서툴지만 친절하게 배려하며 외국인 손님에게 정성을 다합니다. 그들 덕분에 외국인 손님은 한식과 한옥뿐만 아니라 한국을 맛보고 느끼고 체험합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외국인과 외국인이 교류하고 소통하는데, 서로 공감하고 서로 고마워합니다.      


〈윤스테이〉에서 어학당을 보았습니다. 쌍산재를 대학교 어학당으로, 배우들을 한국어 선생님으로, 한식과 한옥을 한국어로 바꾸면 됩니다. 배우 정유미와 박서진이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 듯, 한국어 선생님들 밤새 수업자료를 만들고 다듬습니다. 최우식이 숨 가쁘게 뛰어다니며 외국인을 보살피듯, 한국어 선생님들 끝없는 친절로 외국인 학생을 가르치고 돕습니다. 이서진의 진심이 담긴 환대(때로는 자본주의적 미소)처럼 한국어 선생님은 외국인 학생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이합니다. 윤여정이 손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하듯, 우리도 학생들을 기억합니다. 〈윤스테이〉는 2020년에야 방송되었지만, 어학당에서는 1990년대부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을 알려 왔습니다. 이면에는 착취가 만연하지만 말입니다.     


한국어착취의 도구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과 한국어가 착취의 도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날로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가 늘어나는 바람직한 현실 뒤의 그늘은 짙고 어둡습니다. 가르치는 일이 엄연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대학이 있습니다. 명백히 관리와 감독을 받으며 노동을 하는데 계약서에는 ‘위탁’이라 적습니다. 강의를 시켜 놓고 임금을 안 주기도 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를 강요하기까지 합니다.     


법적으로 학교와 다투는 한국어교원이 많습니다. 강원대, 동국대, 성균관대, 아주대, 연세대, 한림대 한국어 선생님들이 다퉜거나 다투는 중입니다. 대부분 근로자 지위 확인, 계약 갱신, 주휴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등 노동 관련 쟁점입니다. 한국어교원은 임금 체불을 주장하고, 학교는 체불 임금이 없다 합니다. 한국어교원은 계약이 갱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학교는 계약 만료로 계약을 갱신할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판단을 구하고,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도 갑니다.     


한국어 교원을 알리기 위해

노동위원회나 법정은 다툼의 쟁점에 관해 주장을 하고 판단을 받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곳까지 가서도 정작 주장은 하지 못하고 설명만 주구장창 늘어놓습니다. 한국어교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이러저러한 처지라고 한참을 설명해도 도무지 이해를 못 합니다. 지노위에서 지노위 위원에게 설명하고, 중노위에 가면 중노위 위원에게 또 설명합니다. 1심 재판에서 판사에게 설명하고, 2심에 가면 또 새로 처음부터 판사에게 설명을 합니다. 이해만 잘해 준다면야 얼마든지 설명하겠는데, 입이 마르도록 설명을 해도 이해가 더딥니다. 심지어는 우리 편에서 우리를 대변하는 노무사에게, 소송을 대리해 주는 변호사에게 설명하는 데만도 몇 날 며칠입니다. 낫도 기역 자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는 우리입니다. 그런 우리가 고등교육을 받아 최고의 지식을 갖췄다는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이야기하는데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구상했습니다.      


한국어 교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2019년에야 여럿이 함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학교 안에서는 기간제 선생님들의 무기직 전환을 요구하며 139일 동안 선전전을 펼쳤습니다. 학교 밖에서는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 선생님들이 함께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으로 갔습니다. 한국어교원을 알리고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집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여러 언론사 기자들에게 우리 일과 한국어 교육을 설명하는 데만도 한참이었습니다. 짧게는 한두 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을 들여 설명했습니다. 말로 하다 지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학당에 오는 외국인 학생들, 우리의 일과 신분 그리고 급여와 처우에 관해 글을 써 두었다가 기자들에게 보여 줬습니다. 그렇게 한 꼭지씩 쓰기 시작한 것이 초고가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한국어 수업’을, 우리 일을 담았습니다. 외국인 학생, 한국어, 한국어 수업에 관해 썼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간에 겪고 보고 들은 우리 어학당 한국어 교원의 현실과 지위, 처우를 썼습니다.      


출판의 자유에 의지해 책을 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크게 넷으로 구성됩니다. 언론/출판/집회/결사가 그것입니다. 현재 강원대,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 선생님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결사의 자유입니다. 2019년부터 한글날이면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거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집회의 자유입니다. 현재(2021년 10월 9일) 연세대 어학당 한국어 선생님들이 150여 일 가까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언론의 관심은 적습니다. 이번 한글날 기자회견에도 기자가 적었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있어도 언론이 우리 곁에 없습니다. 그래서 출판을 택했습니다. 책 한 권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불쏘시개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코로나가 끝날 2022년 한글날을 기약합니다. 새로 닦인 광화문 광장에 여러 한국어교원이 한데 모여 세종대왕 동상을 둘러싸고 다 함께 큰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실이 힘들어도 의지로 낙관하며

TV 프로그램 〈윤식당〉과 〈윤스테이〉는 우리의 소망을 부추깁니다. 직장인의 소망(또는 로망) 중 하나가 우아하게(?) 카페 하나 차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윤식당〉처럼 외국일 수도 있고, 〈윤스테이〉처럼 국내일 수도 있습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라면 더욱 좋겠지요. 제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도 그런 소망에서였습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는 것과 같은 소망입니다. 저와 제 동료에게 한국어를 배운 학생이 차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 꿈과 보람이 소중하기에 절을 지키며 절을 바꾸려 합니다. 착취가 없는 어학당을, 밝고 따스한 윤스테이 같은 어학당을 꿈꿉니다. 현실이 힘들어도 의지로 낙관하며 한국어 교원의 환한 웃음을 담은 두 번째 책을 준비하겠습니다.      


추신:

한국어교육, 한국어교원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십시오. 글로 답하겠습니다.







인터넷 서점 링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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