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가수의 "가족사진" 이라는 노래

가평 밤벌오토캠핑장의 꽃밭에서

by 진성민

가끔씩은 사진 한 장이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곤 한다.

어떤 때는 노래 한 곡이,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파에 찌들어 닫혀 있던 눈물샘을 뜨겁게 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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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고등학교 때 만난 인연들 몇 명이 모여서, 술잔을 앞에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초가을 밤,

귀뚜라미 소리, 다른 풀벌레 소리들 속에서 초로의 중년 부부들이 가평의 맑은 밤하늘 아래, 별빛이 정말 아름다운 밤벌오토캠핑장에 모였다. 다들 반백이 넘어 눈가에 주름도 생겼고, 매일 먹어야 하는 약도 생겼지만, 그래도 그 빛나던 청춘 시절의 모습들이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는 걸 확인하는 자리.

이 멋진 캠핑장으로 초대해 주고, 먹여 주고 재워준 그 부부에게도 고마왔지만, 먼 길을 달려와 서로 얼굴보고, 맛있는 고기나 와인도 사와서 나눈 뒤 다시 부리나케 아침 일찍 가야 했던 친구들도 고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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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에 문외한인 내게는 정말 귀하고 멋진 시간을 보내고, 평소처럼 새벽에 나와서 산책을 하며 우연히 김진호 라는 가수의 "가족사진" 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줄 아이가 생기고

그 날에 찍었던 가족 사진 속에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딸이 되어서

이곳 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날 꺼내 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있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 때 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 사진 속에 미소띤 젊은 우리 엄마

꽃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 흘린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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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꽃을 좋아하시던 내 부모님 생각에 꽃밭을 거닐다가 그만 눈물로 세수를 해버렸다.

당신들을 거름으로 해서 커 온 나를 보시며, 지금쯤은 위에서 웃음꽃 피우고 계실까?

지금 나는 거름이 되어 주고 있는가? 내 아내의 미소띤 사진을 보면 우리 아들 딸들은 나중에 이 가수처럼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바랄까?

이 가수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었다. 아니면 내가 감정에 취약한 건가?


오늘 사진작가 친구가 오래 된 캐논 카메라로 무심히 찍어 준 내 얼굴이, 35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과 자꾸 비슷해 보여서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는데, 이런 노래를 듣게 되다니.

"너는 나이들어 가면서 자꾸 네 아버지 얼굴을 닮아가냐" 큰 어머니나 사촌 형님들께 가끔 듣던 말이었다. 그래, 나도 아버지 어머니 처럼 기꺼이 거름이 되어 주자, 그리고 위에서 보시면서 웃으실 만한 아들이 되어보자... 마침 내리기 시작한 빗물인지, 눈물인지.

김진호 가수님, 고맙습니다. 이건 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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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이 캠핑장과 유명산국립자연휴양림과는 매우 가까왔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제대로 느낀 하루, 담아온 풍경들을 다시 보니 마음이 차분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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