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와 막대기

나는 지팡이로 사는가 막대기로 사는가

by 진성민

집 주위에 하도 덩치 큰 개들이 많아서 밤시간이나 새벽에 산책하는 것이 좀 꺼려지곤 했다. 밤에 혼자 걸으면 너댓 마리가 가까이 다가와서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내 동작을 관찰하는 듯 해서, 달리기라도 하면 사냥감으로 알고 따라올 것 같아 뛰지도 못했다. 막대기를 하나 갖고 다니면 개들이 달라 붙지 않는다고 해서 살펴 보니 정말 이곳 사람들도 다 하나씩 막대기를 가지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어디서 막대기를 하나 구할 수 없을까 했는데, 우연히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누군가 버려두고 간 막대기를 하나 얻었다.


아직 실제로 새벽 산책때 가지고 다녀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개들로부터 나를 지켜주거나, 뭔가 지팡이 역할도 할 것 같아 아무것도 아닌 나무가지 조각에 불과하지만, 내게는 소중해 보인다.


문득 드는 생각은, 이것이 개들로부터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막대기이기도 하지만, 내가 지치거나 산길을 오를 때는 지팡이로도 동시에 쓰일 수 있겠다 싶다. 아마도 오래 전 양치기였던 소년 다윗의 손에도 이런 비슷한 막대기가 있지 않았을까? 늑대로부터 양을 지킬 때는 막대기로, 먼 길을 걷다 지칠 때는 지팡이로, 그의 손에 들린 나뭇가지 하나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쓰이지 않았을까?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4)

Even though I walk through the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I will fear no evil, for you are with me; your rod and your staff, they comfort me.


문득 성경의 이 구절이 생각난다.

작년부터 내가 1년 넘게 겪고 있는 어떤 일들에서, 나는 내가 막대기로 쓰임받을 때 얼마나 괴롭고 아픈지를 경험했다. 반면에 그분이 보내주시는 사람들을 통해서, 나는 또한 지팡이로 쓰임받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줄도 알게 되었다.


하루 하루의 삶 속에서, 만나는 한 명 한 명의 사람들 가운데에서, 과연 나는 지금 지팡이로 살고 있는가, 막대기로 살고 있는가? 필요할 때는, 막대기가 되든 지팡이가 되든 과연 나는 그분의 손에 들리워있는가? 그분이 내게 보내시는 막대기와 지팡이를 잘 분별하며 받아들이고 있는가?


나는 되도록 지팡이로 살 수 있기를 바래보는 어느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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