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병이 있어

자기반성의 시간

by 더삶


"○○씨, 병이 있어"


에?


처음 내가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들기 결과물이 꽤 잘 나왔을 때였다. 그때 내가 만든 것을 보고 병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땐 내가 그렇게 완벽하게 잘했나? 싶어 으쓱했을 뿐이었다.

이어 그 이야기를 여러 번 다시 들었을 때는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아니, 내가 무슨 병이 있다고??? 그저 좀 꼼꼼하게 완벽해 보이도록 잘했을 뿐인데??


이 기분 나쁨에서 출발하여 깊게 생각해보니 어쩌면 병이 있음을 조금은 인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미드 프렌즈를 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모니카임을 확신했다. 나랑 가장 비슷하고, 이해 가능한 성격이랄까? 모니카를 보고 나니 내가 어떤 것에 병이 있는지 잘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꼼꼼한 것, 벽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강박이 조금은 있. 나 혼자만의 일이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청결, 운동, 식단 등 나와의 약속일뿐인 것)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 보이는 일일 경우 그 '병'이 더 커진다. 어찌 보면 좀 슬프기도 하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보다 남과의 약속에 더 철저하고 챙기는 모습이 나보다 남을 중시하고, 사회적인 나의 모습에 집착하고, 때론 쓸데없이 헌신적인 것은 아닌가 싶다.




아마 처음에 그 말씀을 하신 분도 나를 오랜 시간 동안 봐오셨고, 나의 꼼꼼함이 스스로를 피곤하게 함을 잘 아셔서 그렇게 말하셨을 것이다. 남을 괴롭히진 않지만 스스로가 괴로워지니 실수하기를 바라시기도 하셨다. (하지만 여러 번 말씀하셔서 상처였다고..!!!!)

그분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 말은 담아두고, 나는 병이 없어요!라고 항변하고 싶으나, 말은 꺼내지 못하는 이것도 병일 수도 있겠다.






누구나 자기 안의 병이 있다. 그리고 누구나 이미 알고 있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니까.

다른 사람이 그걸 발견하고 꼬집었을 때 창피해서 화내기도 하겠지만, 그걸 발견당한 덕분에 좀 더 고치려고 노력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좀 화나고 괜히 분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 나도 병이 있다.


내 병의 처방전은 완벽한 것을 버리고, 내 마음 편한 대로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는 것.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누군가가 싫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