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지나며

이번 터널에서 배운 것 3 가지

by 더삶



브런치에 연재하던 브런치북 시리즈 마무리하기에 실패했다.


10개의 글을 목표로 했는데 거의 다 와서 아홉 번째 글을 쓸 때쯤,

집안에 일이 생겼다.


아홉번째 글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글로 쓸 참이었는데

원망섞인 험한 글이 나올 것 같아서 글쓰기를 딱 멈추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지금은 터널을 거의 지나고 있다는 것.



터널을 지나며

이번 기회에 배운 것 세 가지가 생각났다.


첫째,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둘째, 문제는 해결하면 된다. 감정은 차차 흐려진다.

셋째, 이만하길 다행이다. 감사한 것만 생각하자.





집안에 문제가 생긴 것을 최대한 감정을 누르며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화, 슬픔, 원망, 속상함 등과 같은 감정은 넘쳐서 흘러나왔다.

당사자들 앞에서는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지만

도저히 일터에서까지 평소처럼 힘을 내기는 어려웠다.



같이 일하는 선배님들께

‘저 사실 이번주에 힘이 너무 안 나요. 집에 ~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라고 말했다.


감사하게도 선배님들은 잘 들어주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비슷한 경험과 더불어

나를 생각하는 조언도 해주셨다.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솔직히 조금 놀랐다.



어느 집안이나 비슷한 일이 있구나.

이게 생각보다 흔한 일이기도 하구나…

괜찮아보이는 분도 그런 사연이 있었네…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단단해질 수 있겠다.



다 각자의 사연이 있지 라는 말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하다가,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으며, 치열하게 매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그러니 크게 좌절할 필요 없다.

그냥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때는 분명 엄마와 눈물 섞인 대화를 했던 것 같은데,

매 주말마다 친정에 쫓아가서

불편한 빚 얘기와 계획을 짜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는데.

솔직히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감정적인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잘 해결된다는 걸 처음 느꼈다.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지금 현재 상황을 숫자로 냉정하게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하는지 계획 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가족들이 다같이 애써주어야 하는 것들만 얘기했다.


원망섞인 감정은 관련된 사람들 앞에서 공유하지 않았다.


엄마는 왜 다들 화도 안내고, 좋게만 얘기하냐고 물었다. (엄마는 화가 날만 했다.)

나 역시 화가 너무 났지만 화를 내는 것이 문제 해결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뿐이였다.

비상사태를 어떻게 하면 잘 해결할 수 있을지에만 집중했다.


불부터 꺼야지, 왜 불냈냐고 화내봤자 불이 꺼지겠는가.




예전에는 이런 일이 생기면 글로 불안한 감정을 모두 쏟아내고 기록했었고,

나중에 그 글을 다시 읽으면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괴로웠다.


하지만 이번에 터널을 거의 지나고 나니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은 신기하게도 정말 흐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잘해서, 방법을 바꿔서 감정이 흐려진 것만은 절대 아니다.


계속 생각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감사한 것만 생각하자.



내가 고려한 최최최최악의 경우는 아니었고,

다들 사지 멀쩡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문제점을 수긍하였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 순간을 외롭게 견디지 않도록 도와준 많은 분들이 있다.




결정적으로 어느정도의 감정을 흐릿하게 만들어준 건 ‘사람들’이다.


그때의 생생한 감정들을 받아준

배우자,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

혼자 끙끙 앓으며 글로 감정을 털어낸 게 아니라

들어준 사람들 덕분에 감정이 흐려진 것 같다.





아직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여서 때때로 갑갑한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세 달을 돌이켜보건데

분명 문제는 잘 해결될 것이고, 이 감정마저도 훌훌 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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