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안정적인 가정,
무난하고 평화로운 직장생활,
거슬림이 하나 없는 인간관계.
불안의 요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지루하고 따분한 건 안 하고 내키는 것만 하며 즐거이 살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11월이 되면서부터 우울했다.
따사롭고 아름다운 색채의 하늘을 보면서
청명하고 상쾌한 가을 하늘의 공기를 느끼면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나? 후- ‘
하고 한숨을 팍 쉰다.
아주 신나지도, 아주 쳐지지도 않는 적당한 노래를 들으면서
창 밖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한다.
‘오.. 삶이란 뭘까. 고통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때때로 죽고싶다는 마음은 나만 드는 걸까.’
예전에는 내 삶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못해 터져 나와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데?
왜 어김없이 우울할까?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행복함을 느끼기 보다,
아름다운 순간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버겁다.
특별히 좋은 사람도 아닌데,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존재와 나의 의미, 역할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의문과 자괴감이 커진다.
생각은 고통을 가져오고, 이럴바엔 다 그만 두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안다.
이건 지극히 계절적인 영향이다. 계절성 우울증이랄까.
매해 이러는 것이 솔직히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그 생각의 깊이가 차차 얕아진다.
잠깐 드는 생각일 뿐
계절을 타는 것일 뿐
일시적인 감상일 뿐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가진 좋은 것들과
감사한 것, 행복한 것들을 얼른 찬찬히 꺼내본다.
‘오늘 산책한 풍경이 정말 멋졌어.’
‘내일 저녁거리를 주셔서 고민할 필요가 없군.‘
‘일터에서의 문제는 충분히 해결가능했어.’
‘복잡한 마음을 글로 충분히 털어낼 수 있었어.’
그럼 썩 괜찮아진다.
꽤 살아볼만한 인생이 된다.
11월은 늘 그랬다.
그러니 너무 깊게 생각 말자.
다가올 12월, 완전한 겨울을 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