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 the Cat

여유와 유머에 대해서

by 클레어

첫째 아이 태권도 학원에서 품새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한 남자아이가 품새의 모양새를 가지고 장난을 쳤고 사범은 단호한 표정으로 "It's not funny."라고 말했다. 아이의 얼굴에 무안한 빛이 떠올랐다. 아이는 곧 다른 아이들처럼 자세를 고쳐 잡았다.


사범이 "Focus!" 라거나 "Don't move."라고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그럼 사범은 아이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It's not funny."는 그 아이의 장난에 대한 평가다. "장난치지 마"가 아니라 "네가 하는 장난은 재미없어. 이 상황에 맞지 않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더 무안했을 것이다.


요즘 나도 아이에게 종종 "It's not funny."라고 말했다. 밥을 먹으면서 음식으로 장난을 칠 때, 불쾌하게 몸을 툭툭 치거나 불편한 곳을 자꾸 건드릴 때, 나는 "하지 마."에 덧붙여서 "It's not funny."라고 말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장난을 이어갈 때가 많지만 종종 그들의 얼굴에서도 무안함이나 서운함, 실망감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이 더 어두워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It's not funny는 훈육이 아니라 감정이 섞인 비난이었기 때문이다.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어쩌면 더 치사한지도 모르는 비난.


Pete the Cat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Pete the Cat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일상의 어떤 실수에도, 어떤 장애물에도 Pete에게는 여유와 유머가 있다.




Pete the Cat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Pete the Cat I Love My White Shoes이다. Pete이 새로 산 하얀 신발을 신고 산책을 하다 딸기 더미에 올라 신발이 붉게 물든다.

Did Pete cry?
Goodness, no!
He kept walking along and singing his song.

핏이 울었어?
그럴 리가!
그는 그냥 계속 걸어가면서 노래를 불렀어.


그냥 no! 도 아니고 Goodness, no! 다. Pete의 새하얀 신발은 빨간색, 파란색, 갈색으로 색을 바꾸다 결국 젖어버리고 만다. 내게는 너무 끔찍한 젖은 신발. 하지만 Pete에게는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다 괜찮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그냥 다 괜찮다.


No matter what you step in,
keep walking along and
singing your song......
because it's all good.

뭘 밟더라도 상관없어
그냥 계속 걸어가면서
노래를 불러
다 괜찮으니까.

나는 내 새하얀 에어포스원을 아이들이 밟았을 때, "제발, 엄마 신발 좀 밟지 말아 줄래?"라고 했는데... Pete에 비하면 콩알같이 작은 나의 마음. 어떠한 상황에도 그대로 다 괜찮다는 이 마음의 여유가 얼마나 부러운지.


Pete the Cat and the Bedtime Blues도 좋은 예시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아쉬운 나머지 Pete의 집에서 다 같이 자기로 한 날 밤, 친구들은 자고 싶지 않다. Grumpy Toad는 갑자기 박수를 치고, Gus는 드럼을 연주하고, Alligator는 피자를 먹는다. 화장실 가겠다고, 물 마시겠다고, 어디가 불편하다고, 어떻게 해서든 이유를 만들어내서 잠을 안 자려고 드는 아이들에게 "자." "이제 그냥 좀 자."를 반복하다, "너 자꾸 그러면 엄마 나간다!"의 협박으로 끝나는 나와 Pete은 다르다. 그는 친구들을 재우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를 고민하고 잠자리 동화책을 읽어준다. 물론 이미 잠자리 동화책을 읽고 누운 아이들에게 다시 책을 읽어주겠다고 불을 켤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화가 묻어 나오는 협박조의 말들을 쏟아내며 애들을 재우지는 않아야겠지.




우리의 일상에 여유와 유머가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렇게나 Pete the Cat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듯 Pete the Cat을 읽으며 그의 정신을 쭉쭉 흡수하는 것. 의식적으로 더 마음을 놓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보는 내 시선에, 행동을 평가하는 잣대에, Pete의 정신을 조금씩 들여와야겠다고. 그래서 "It's not funny." 대신에 때로는 "It's groovy!" "Everything is cool!"을 외쳐야겠다고. 무안한 표정보다 장난 어린 표정이 떠오를 수 있게. 살짝 트인 숨통에 행복이 봄바람처럼 살랑, 들어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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