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까치 설날, 우리 집 막내 로키의 세배가 시작됐다.
누나들의 세배는 짧고 강력했다. 정적인 공기와 공손한 세배 그리고 이어지는 오고 가는 흰 봉투의 향연은 서로에게 기쁨과 감사 행복이 가득하다. 반면 로키의 세배는 달랐다. 두둑해진 지갑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아래위로 몸을 늘리며 두 손을 모으고 팔다리를 쭉 뻗었다. 세배라기엔 너무 귀엽고, 귀엽다기엔 너무 진지한 그 모습에 온 가족이 웃음을 터뜨렸다.
세뱃돈 대신 세배 간식, 소고기 큐브 세 알. 로키에게 이것으로 충분했다.
사실 로키는 이날 세배를 한 번만 한 게 아니다. 할머니 옆에 나란히 앉아 엄마 아빠의 세배를 함께 받았고, 엄마 아빠 곁에서 누나들의 세배도 받았으며, 마지막엔 자신의 세배 몫까지 당당히 챙겼다. 설날의 모든 세배를, 한 번도 빠짐없이, 전부 로키가 가져간 셈이다. 이 집 세배의 장인은 로키였다.
명절 음식 냄새는 로키를 기대로 가득 채웠다.
소고기 육전, 갈비찜, 각종 전과 식혜가 끓는 구수하고 달달한 냄새, 거기에 파이와 쿠키를 굽는 베이킹 냄새까지. 온 집안이 맛의 향연으로 가득 찼다. 코를 킁킁거리며 기대가 한껏 부풀었을 로키 앞에 차려진 밥상은, 그러나 찐 단호박과 순두부였다. 가대와는 다른 음식이지만 로키에게는 특식이다..
차로 여행하며 다음 날 설날 당일, 로키에게 특식이 차려졌다. 삶은 닭가슴살, 무가염 옥수수수프, 조각배,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치즈볼 세 개. 작은 몸집으로 하루 두 번의 식사면 충분한 양이다. 미식가 로키에게, 이날만큼은 잊지 못할 생일잔치 상이었다. 오감이 만족한 날, 로키도 우리도 모두 살찌는 하루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명절 여행도 로키에겐 맛 따라 길 따라 나들이다. 엄마 아빠에게 명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지만, 로키에게 명절은 그저 풍경이 바뀌고 냄새가 달라지는 즐거운 여행일 뿐이다. 단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초등 유치원 조카들의 습격.
역시나 그렇듯 로키는 오늘도 착하다. 어린아이들이 로키를 붙들고 매달려도, 인형처럼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킨다. 가족인 걸 알아서일까, 세배 간식을 든든히 채워서일까. 이유야 어찌 됐든 쓰다듬어도, 사진을 찍어도, 로키는 그 하루를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세배 간식 세 알과 가족의 사랑으로 배부른 설날. 로키야,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 네 세배는 하찮을 만큼 귀엽지만, 그 덕에 온 가족이 웃었으니까.
강아지 설날 음식 주의
사람용 떡국은 떡의 질식 위험과 국물의 파·마늘·양파·간장·소금 등으로 강아지에게 절대 주지 말아야 합니다.
전류(기름+양파·마늘), 갈비찜·찜류 익힌 뼈, 사과·배 씨·심지는 특히 위험합니다. 포도는 소량도 금지입니다.
설 연휴에는 강아지를 맡길 곳과 설날 음식 주의사항, 강아지용 떡국 대안을 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