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로키

by 우리의 결혼생활

강아지에게도 MBTI가 있다면, 우리 집 로키만큼 정확히 들어맞는 케이스도 드물 것이다. 어릴 적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던 발랄한 개구쟁이는 어느새 조용히 어슬렁어슬렁 걷는 신중한 성견이 되었다. 작은 솜뭉치 같은 몸 어딘가에 맹수 한 마리가 자리 잡은 듯한, 견생 5년 차 로키는 이제 완벽한 INTJ다.


로키의 식사 시간은 그야말로 한 편의 연극이다.


밥그릇 앞에서 주위를 살피며 와그작거리는 모습은 마성의 매력일까? 압도적 눈빛까지 표출하며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던 로키가 갑자기 무드등 켜지는 ‘딸깍’ 소리에 소스라치듯 식탁 의자 아래로 숨는다.


“겁쟁이? 귀여운 쫄보 녀석…”

하지만 이건 로키의 계획 중 서막에 불과했다.


자신의 안전지대로 돌아온 로키는 마치 극본을 미리 짜둔 듯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놀란 척 식사를 중지하고 간식 타임을 시작한다.


식사 후 첫 번째 목표는 엄마. 소고기 큐브 하나를 챙기고, 잠시 시간을 보낸 후 두 번째 목표는 아빠다. 마치 몇 시간 동안 간식을 먹지 않은 듯한 연기력으로 거실 간식 박스 주변으로 아빠를 안내한다. 고구마 스틱, 작은 치즈볼까지 유유히 챙겨 먹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 녀석, 분명 계획적이다. 식사하는 척하며 너무 놀라 도망한 듯 선보인 할리우드 액션은 프리퀄이었고, 진짜 목적은 간식 꾸러미를 겟겟하는 것이었다. 이 솜씨는 한두 번 연습으로 나올 스킬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파워 J의 모습이다.


간식 미션을 완벽히 수행한 로키는 두리번거리다 누나의 공부 스탠드 아래로 조용히 들어간다. 그리고는 코를 골며 낮잠을 청한다. 얼마나 평화로운지, 온 우주가 자신의 것이라는 듯 깊은 잠에 빠진다.


그러나 이 평화도 계획의 일부다. 낮잠에서 깬 로키는 다시 내려와 두 눈으로 간절히 말한다.


‘낮 간식은 이미 스쳐간 것. 저녁 간식은 이제 다시 챙겨야 하지 않느냐?’식으로 레이저 같은 눈빛을 쏘아보지만 말이 통하지 않음을 확인한 로키는 멋쩍게 하품을 하며 플랜 B로 전환한다. 인형 친구와 입질 놀이를 하다가 딸기 집으로 쿨하게 들어가 버린다.


대문자 T의 쿨함이다.


얼마 후,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로키. 타이밍을 정확히 아는 이 녀석은 가녀린 한 손을 엄마 무릎에 살포시 올리며 알려준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을 장착한다. 게임 끝이다. 엄마는 홀린 듯 치즈볼 두 개를 집어 노이즈워크 간식 놀이를 시작한다.


바로 이 순간! 극 I인 로키가 유일하게 외향적으로 변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다. 신나게 원투스텝을 뛰어다니는 로키의 댄스 스텝. 이보다 더 신날 수가 없다.


로키의 성향은 분명하다.


- **I (내향형)**: 조용히 관찰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 **N (직관형)**: 간식 획득을 위한 장기적 전략을 구사한다

- **T (사고형)**: 감정보다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 **J (판단형)**: 철저한 스케줄과 루틴으로 하루를 관리한다


어릴 적 ENTJ였던 로키는 이제 완벽한 INTJ로 진화했다.


작은 솜뭉치 안에 숨겨진 전략가, 쫄보인 듯 당당하고, 조용한 듯 자기 몫은 확실히 챙기는 우리 집 마스터마인드.


엄마가 널 보며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할 새가 없단다. 너의 매력에 허우적한 하루도 고마워, 로키 보이.


*“개도 나이가 들면 성격이 변한다는데, 우리 로키는 그냥 더 똑똑해진 것 같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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