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예측시스템

헛된 꿈이라도 한 번쯤은 가져보는 것도 괜찮지.

by 붕어맛싸만코

오늘 등교를 하는데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이 겨울이 다 되었나 보다. 아니면 성적이 나와서 내 마음이 추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 되면 몸이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을 찾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영화나 음악을 들으며 추운 마음을 달래고는 한다.


최근에 친구와 영화를 보러 청량리역에 갔었다. 청량리역 앞에 보면, 모든 역 앞이 그러하듯이 복권을 파는 곳이 있다.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라 내게는 약간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치 배급표를 들고 감자 배급을 기다리는 피난민같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복권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어저께 어떠한 경로로, 어느 복권예측 서비스의 코어 파일을 얻었고 분석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 홈페이지에서는 무슨 대단한 계산법이 있고, 그래서 당첨자가 엄청 있는 것 마냥 광고를 해 대는데 사실을 알면 기가 막히다.


복권은 기본적으로 무작위 추첨이다. 어떠한 방향성이 존재할 리가 없다. 그런데 예측시스템에서는 '유전' 알고리즘이란 것을 사용한다. 유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어떠한 최적의 결과값을 내기 위해서 인자들을 교배하고, 평가한 다음 우월한 쪽을 거르는 알고리즘이다. 대체 복권 번호를 어떻게 추첨하면 당첨확률이 높은 우월한 번호가 나온다는 말인지 알 수 없다.


유전 알고리즘의 핵심 부분인 평가 방식을 살펴보면, 기존의 당첨번호들과 컴퓨터가 무작위로 뽑은 번호를 비교해 3개 이상 겹치면, 좋은 인자로 평가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인자로 평가를 한다. 그렇다는 것은, 기존의 값들과 많이 겹치면 많이 겹칠수록 좋은 인자로 평가된다는 뜻이고, 기존에 가장 많이 나온 번호들의 집합이 최적의 번호로 출력될 것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빈도법으로 계산된 숫자와 별 다를게 없는 값을 내 놓을 것이다.


코드를 분석하면서, 대체 이걸 누가 일 년에 18만 원씩이나 주고 번호를 사겠냐는 생각을 계속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코드에서 나오는 번호를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나는 복권을 사는 게 아니야. 일주일 분의 설렘과 기대를 사는 거지.

이 대사를 본 게 아마 영화였던 것 같다. 복권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진지한 돈벌이 방식일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일주일 동안 복권의 결과를 기대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5000원어치의 소소한 기쁨이다. 마치 선물을 뜯기 전의 꼬마 아이가 느끼는 그런 기분과 얼추 비슷한데, 나이를 먹을수록 불확실함에 대해서는 그런 기쁨보다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를 더 느끼게 된다. 5000원에 몇 만원 더 얹어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면, 일 년에 18만 원은 비싸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나는 절대 사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