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너 좀 닥쳐."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거들먹거리는 말투도, 중간 중간 씨부려대는 알 수 없는 헛소리도, 그리고 내 물건에 함부로 손 대는 것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째서 나는 "그 입 좀 닥치고 누워 잠이나 자라."라는 말을 그리 쉬이 하지 못할까. 매번 마음 속으로는 수없이 되내이면서도 입밖으로는 좀처럼 내뱉지 못하고 나의 소중한 주변 사람들과 내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내 자신이 감정에 솔직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왔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은 사는데에 크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말해도, 이 사실을 그저 내 장점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 적어도 나는 나에게 있어서는 솔직하다고 그리 생각했다. 근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항상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떠한 원이 있다. 그 원이 엄청나게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그 원 안으로 함부로 들어가려 하거나, 그들의 원끼리 마찰을 일으키지만 않으면, 대인관계는 문제가 없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어쩔 수 없이 겹쳐지는 부분들에서 일어난다.
나는 지금까지 3명의 룸메이트를 만났다. 3명 모두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나와 마찰이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별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 룸메이트는 그야말로 방구석폐인이었다. 방에 틀어박혀 나가는 일이 잘 없었고, 청소라는 것은 일절 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내가 "청소는 바라지도 않을테니 최소한 바닥에 마구 늘어놓지만 말아라."라고 했겠는가. 물론 그 말도 들어주지 않았지만. 그때 분명히 깨달았다. 확실히 말해야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룸메이트 때에는 그가 나를 싫어했다. 어떻게 그것을 아느냐면, 내가 그의 트위터를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프로젝트 마감일 때문에 상당히 바빴고, 하루종일 컴퓨터를 만지고 있는 날이 많았다. 어쩌면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난 밤새도록 키보드를 두드려댔고, 그게 아마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만, 그 역시 말로 꺼내지는 못했다.
지금 룸메이트는, 내 뒤에 있다. 그에 대해서는 딱히 감정이 없었다만, 내가 반 학기동안 기숙사를 비웠다는 이유로 내 침대를 그의 친구에게 함부로 내준 것을 본 이후로 그가 상당히 미워졌다. 그때 욕지거리라도 했더라면, 그를 지금만큼 싫어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3명을 거쳐가면서도, 나는 그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나는 예전처럼 계속 도망치기만 한다. 1년동안 나는 하나도 성장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