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스터테이 Oct 03. 2021

한옥에서 살아보려 합니다

# episode1. 한옥을 만나다

나이가 들어가는걸까. 빼곡한 빌딩이 답답하고 자동차 소음, 퀘퀘한 매연에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이곳은 얼마전까지만해도 개구리 우는 소리가 동네를 뒤덮었는데, 점차 개발이 되고 아파트가 늘어나다보니 개구리 울음소리는 점차 작아지고 차량 소음만 커져갔다. 


내가 사는 이곳은_엄밀히 말하면 부모님 집이지만_벌써 16년이나 된 아파트로, 부모님은 아파트 신축때부터 살아오신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동 회장도 역임하였고, 라인 모임의 중심을 맡고 있는 엄마는 한동안은 아파트에 애착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더니, 이제는 거의 물갈이가 다 되어 남아있는 집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거의 십년동안 인사를 해도 눈 인사 한번 받아주는 적 없는 앞집 아줌마는 그렇다치고, 카니발로 이중주차를해서 막아버리는 무개념 김여사, 노른자 주차자리는 본인들의 지정석마냥 차량 두대를 바꿔가며 주차하는 얌체 부부, 강아지 산책시키며 똥은 안치우는 무개념 집사, 본인 아이들 기죽으면 안된다고 새벽까지 뛰노는거 제지하지않는 고슴도치 부모들. 열거하려니 끝없는 사건사고들이 이젠 턱밑까지 차고 올랐다. 어찌보면 인내심이 부족한건지, 혹은 바닥이난건지.

이젠 아파트도 노후되어 인테리어를 해야하는데, 이참저참 도시를 떠나보기로했다.

 



한참 세종에 붐이 일어 남들 죄다 이사 들어간 후에도 아랑곳않고 대전을 지켰었는데, 땅값 아파트값 하늘 높은줄 모르고 뛰어오른 요즘 세종을 들어간다니, 참 뒷북도 이런 뒷북이없다. 그래도 넘볼 수 없는 수준의 가격은 아니기에 몇 번을 왔다갔다, 고민고민하다 이곳으로 들어오기로 결정을 하였다. 

결정적으로는 집앞으로 펼쳐진 논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로막힘없이 뻥 뚫린 논뷰가 이렇게 시원할수가 없다. 이곳 또한 언젠가는 개발이되어 고층건물이 시야를 가릴지 모르겠지만, 당장 개발될것 같진 않은 모양새기도 하고, 개인적인 욕심으론 개발이 안되었음 좋겠다...(땅 주인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아담한 시골마을이다. 마을회관 중심으로 집이 모여있고, 우리가 들어오려는 한옥집은 한적하게 떨어져있다. 솔직히 떨어져있어 더 마음에든다. 요즘엔 시골 인심이 예전 시골같지 않다고 하여 조금 걱정이다. 시골 텃세에 못견뎌 두 손 들고 다시 도시로 나온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니, 여간 팍팍하지 않은 것 같다. 






풀이 허리만큼 자라나고, 기와는 무너지고, 심지어 기와 위에 풀과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집을 비웠던지 밀림숲을 연상케한다. 사라락 바람을 타고 일렁이는 나뭇가지가 소리를 내고, 딱다구리가 나무를 찍고, 심지어 대낮에 산밑으로 내려온 고라니가 나와 눈이 마주쳐 몇 초간 얼음이되어 서로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시골내음이 벌써 정겹다. 


이곳이 어떻게 변할지, 정작 살아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옥을 만난 설렘이 두근두근하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 녹차 고르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