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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코인과 디젠(degen)

$TRUMP 가 쏘아올린 '매우 큰' 공

by 트리니티

올해 1월 크립토 씬에서 제일 핫했던 키워드를 말하라면 무조건 밈코인이다.

(작년에 밈코인 사이트인 pump.fun 처음 접속해봤을 때의 그 현란함이란..)


크립토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X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거의 한 달 내내 밈코인 런칭이 피드를 장악했다.

launch - to the moon - rug pull 이 항상 예정된 수순이었고, 정말 빨리 들어가야 유의미한 수익을 얻고 급락하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maxresdefault.jpg 쉽지 않은 탈중앙화의 세계..

탈중앙화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토큰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비도덕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다.

밈코인에 대한 개념이 거의 백지상태였던 나,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인지 트럼프머스크라는 근본 없는 코인이 눈에 들어왔고 홀린듯이 매수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그랬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한 시간 정도 다른 일을 하다가 내가 산 코인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 차트를 봤는데 웬걸.

100% 하락이었다. (눈을 의심)

다행히 나는 통 큰 트레이더는 아니라 매우 소액을 잃었을 뿐이지만, 그래도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이런 식의 숫자를 처음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매수한 주식이 몇 달 뒤에 -70%가 되어 있는 걸 본 적은 있지만, 한 시간 뒤에 열어봤는데 그야말로 빵원이 되어 있다니. 이 바닥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변동성과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걸 머리 한 대 얻어맞은 기분과 함께 생생하게 체감했다. 사실 이 코인이 뭔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지성 매수한 것이니 할 말은 없다.


이 경험을 통해 어떤 자산이든 투자를 할 때 아래의 마음가짐을 잃지 말아야 함을 피부로 느꼈다.

역시 머리로 아는 지식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려면 손해 한 번 보는 게 효과가 빠르다(..)

- 자산을 공급하는 주체(기업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다)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돈을 넣지 말기

- 쉽고 빠르게 소위 '한 탕' 쳐서 부자되려는 생각은 하지 말기


과도하게 용감하지 않았기에, 그래도 소액으로 큰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을 하늘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며칠 뒤, 진짜가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인물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한 트럼프가 솔라나 체인에 $TRUMP 밈코인을 발행했다. 누구나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건 맞는데, 미국 대통령이 발행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뒤를 이어, 많은 셀럽들이 코인을 발행했다. 역시 대부분은 러그풀 엔딩이었다.

미국 대통령도 했는데 나도 발행해도 문제없겠네? 라는 심리였을까.

엄청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토록 크다.

그 사람이 하는 행위들은 사회에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초단기 사이클로 생애주기를 마무리하는 밈코인들은 실질적인 가치가 성장해 발행하는 쪽도, 투자하는 쪽도 장기적으로 같이 성장하는 positive sum 게임과는 매우 다르다. 유동성을 끌어모은 뒤 소수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결국 대부분의 나머지 투자자들은 극심한 손해를 보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의 이익은 곧 다른 이의 손해라는 점에서 이런 게임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며 참여하는 건 지양해야 투자자 스스로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졸업'을 해서 웃고 있을 때, 누군가는 소중한 시드를 모두 잃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수도 있다.


permissionlessness라는 가치는 블록체인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크립토 세상의 참여자들은 이 가치를 추구하는 와중에 도덕적인 요소와 올바름의 기준들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면서도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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