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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지갑에서 돈 빼내려면

세일즈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by 띰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가구 박람회에 방문했습니다. 참고로 소파에 대해서 이야기할 글은 아니고 ‘세일즈’가 오늘 글의 메인입니다. 오해마시길.


소파 시장조사가 필요해서 갔는데요, 소파에 대한 시장조사 만큼이나 '세일즈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일즈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고 왔거든요. 생판 모르는 사람의 지갑을 여는 일은 역시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소비자라도 붙잡기 위해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영업 사원 혹은 사장님들의 열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 가구 공장 사장님의 거칠고 닳은 손이었습니다. 가구 제작 공장에서 나오신 사장님이 소파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열정적인 멘트보다도 우연히 본 사장님의 손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저에게 원단 소재를 보여주시는데, 사장님의 손마디와 손톱이 다 망가져 있었습니다. 내심 깜짝 놀랐습니다. 티는 안 냈지만요. 그 어떤 멘트보다도, 사장님의 손이 모든 걸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신뢰가 가더군요.


세일즈 소통 방식에서도 몇 가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첫째, 단순히 "이게 최고다"라고 말하는 영업 방식보다는 직접 제품을 시연하는 방식이 신뢰감을 주었습니다. 이 소재는 방수가 되고, 스크래치에 강하고... 이런 백마디 말보다는 직접 물을 뿌려본다거나, 포크로 소파를 긁어본다거나, 소파에 매직칠을 하고 직접 지워본다든가 하는 시연들이 역시 확 와닿았습니다.


둘째, 오너쉽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설명해주시는 분들은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철학을 판다고까지 느껴졌습니다.


셋째, 세일즈에서 밀당이 중요하지만, 진심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 이 가격에 못 산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 다른 데보다 싸다, 지금 사야 가장 싸다, 다른 데 가봤자 여기로 다시 온다 등 다양한 멘트로 저와 친구를 홀리는 많은 영업 사원분들이 계셨는데요,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담백하게 자사 제품의 강점을 설명해주시던 사장님이었거든요. 세일즈에도 여러 방식이 있고, 소비자마다 먹히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담백함이 가장 잘 먹혔던 것 같습니다. 과도한 홍보는 부담스럽고 의심이 가는데, 제품의 강점과 차별점을 자연스럽게 설명해주셔서 공감이 갔고, 그래서 사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간혹 타사를 까면서(?) 자사의 경쟁력을 강조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저는 경쟁사를 비방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영업 방식이 더 신뢰를 높이고,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성공적인 세일즈의 핵심은 진정성과 전문성, 그리고 끊임없는 열정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당장 구매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언젠간 내 고객이 된다는 마인드로 임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방문객들을 진심을 다해 응대하시는 세일즈맨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하루였습니다.


마케팅은 사람을 끌어 모으는 것이고, 세일즈는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매까지 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유료 광고로 사람들을 모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지갑에서 돈이 나오게 만드는 일은 또 다른 차원입니다. 훨씬 어려운 일이죠. 돈으로 모은 팔로워들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진짜가 아니니까요. 결국 진심과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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