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감정의 순간을 소설처럼 풀어내다.
[오늘하루음악]박준하 - 몰라서 하는 말
지키지도 못할 말 쉽게 꺼내지 않아
휘청거리기보다 믿지 못하는 게 나아
깊게 파고들어가 상처만 남기보다
곁에 머무르다가 훌쩍 떠나는 게 나아
1. 나에게 귀 기울여 본 시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했다. 누가 봐도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모한 도전을 하며 희열을 느끼는 변태는 아닌데 꼭 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 지만 제정신이었다면 하는 척만 하고 대충 넘어갔을 것 같다. 여태껏 준비한 것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했다. 난생처음으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랑질에 가까운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기 딱 좋은 5분이 하루의 반나절처럼 길게 느껴졌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심장 뛰는 소리를 들으며 단 위에 올라섰다. 첫마디는 선전포고에 가까웠다. 오버했다. 평소보다 과한 제스처, 막 상경해 서울 사람인척 하는 말투, 마치 놀란 듯 강제로 키운 동공 등 모든 게 과했다. 평소 답지 않는 과한 자신감이 나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결과는 올패스. 세상에나! 나에게도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다. 주문을 걸듯 내가 아닌 것처럼 도전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짧은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 잊혀가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
'박준하'의 앨범 <달이 말라 가는 저녁>에는 시간에 따른 달의 모양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달이 차오르다 사라지는 것처럼 사람의 감정도 극적으로 차올랐다 사라진다. '박준하'는 차오르는 달보다 사라지는 달에 집중했다. 말라가는 달의 모양을 보며 사람의 감정이 허무하게 말라갈 수 있음을 말한다. "마음이 하나의 지구라면, 달은 마음의 주위를 공전하는 감정이다. 잊혀가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늘의 노래 역시 헤어짐 속 슬픈 감정을 말하는 듯하지만, 결국 전하지 못한 혼자만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감정이 차올라 전했어야 하지만 속으로 삼키는 순간의 묘사이다. 차분하면서 섬세하게 풀어 헤치는 감성이 돋보이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신나는 디스코 음악에 감춰진 슬픔이 아닐까 생각한다.
-슬퍼하지 마 No No No, 혼자가 아냐 No No No
-스스로를 되묻는 독백송
-짧은 감정의 순간을 소설처럼 풀어내다.
국내외 음악을 이야기하는 자칭 칼럼니스트 & 블로거입니다. 음악이라면 무엇이든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즐겨합니다. 우선적으로 새로운 것에 눈과 귀를 열고 다니며,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주로 비공식적으로 활동을 하며, 운 좋게도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정기/비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습니다. themusiq@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