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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남 Feb 12. 2018

오하음/CRACKER(크래커) - 그런 날

과거의 생각이 나를 발목 잡을 때

그날 그 밤 그 달빛 아래서
두 손으로 내가 나를 달래고
다 사라질 거야 모두 지나갈 거야
따스하게 잠든 어느 날처럼


"이제야 알았다. 그녀는 나와 다르다는 걸"

기억 너머로 잠시 잊고 있었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 기억은 그 당시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내며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녀석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잊힐 것이라는 말이 떠올라 흘러가게 놔뒀다. 하지만 마치 형광색 펜으로 줄을 그어 놓은 것 마냥 영원히 잊히지 않을 기록이 되어 나를 이렇게 오랫동안 괴롭힐 줄 몰랐다. 기억을 지워내지 못한다면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겨야 할까?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다. 영원히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으로 남기는 게 모두를 위해 행복한 결정이다. 사실,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그녀의 모습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나를 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했다. "차라리 행복하자" 잊힐 만큼 시간은 지났고, 이제는 그 추억이 행복한 추억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위로받지 못한 자의 쓸쓸한 다짐이 될지라도 말이다.


출처. 크래커(문화인)



"행복한 기억만 챙겨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 그때 그대의 표정도 챙겨서"

"여러 가지 맛이 있는 크래커처럼 다양한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이들의 등장과 함께 내민 포부는 남달랐다. 한 마디로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차근차근 우리의 매력을 보여줄게"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가수와 협업을 통해 이미 듣고 있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I.O.I)' 출신인 '청하'의 데뷔곡 <월화수목금토일>를 대표로 롱디, 그리즐리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프로듀싱으로 함께 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그림 그리는 역할인 프로듀서로서의 모습은 충분히 보여줬지만, 정작 자신들의 끼를 분출하는 통로는 없었을 것이다. 이들의 노래엔 2인조 프로듀싱 그룹이라는 특징을 살려 그동안 꿈꾸며 만들어온 감각적인 색채가 담겨 있다. 이번에 발매한 <그런 날>은 그런 면에서 특별하다. EP 제목이 <시작, 끝>인 것처럼 인트로부터 아웃트로까지 공감이라는 이야기로 빈틈없이 구성했다. 위로받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의 감성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써 내려간 가사를 보며,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지 곱씹게 만든다.

-청하의 데뷔곡을 다시 들어보게 만든다.
-과거의 생각이 나를 발목 잡을 때 이 노래로 힐링하자.
-2인조 프로듀싱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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