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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남 Mar 07. 2018

오하음/자이언티(Zion.T) - 하루 일과

나만의 슬기로운 생활을 꿈꾸며

자다 일어나서 밥 먹고 양치하고 씻고 나와 일하고 
너에게 전화하고 실실거리고 그런 일들 
아주 사소한 것 함께 기록했던 우리만 알고 있던 것들 
전부 다 버리려고 해

"반복된 삶 속에서 의미를 찾다"


사람마다 루틴이 존재한다. 일종의 사소한 생활 습관이라 해두자. 또 다른 표현으로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자기 위안의 주술 의식이다. 루틴은 특별하지 않다. 대문을 나서는 순간 오른발을 먼저 내딛는 다던가, 출근 후 가장 먼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처럼 아주 사소하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들이다. 내게도 그런 루틴이 있다. 출근길 차분한 음악을 꼭 들어야 하루가 잘 풀릴 것만 같다. 하루 종일 겪을 외부 자극을 이겨낼 나만의 고지식한 방법이다. 어쩌면 특별한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이런 습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어제와 다르지 않게 매우 힘들었다. 늘 생각대로 살진 않지만, 오늘만큼은 정신이 몸을 지배해버렸다.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나니 저녁밥상을 앞에 두고 숟가락 하나 들 힘조차 나질 않는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괴롭히는 것일까? 사실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닌데, 사소한 것에 반응하고 부딪히는 게 문제다. 나는 매우 열정적인 사람임이 틀림없다. 적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는 삼국지 게임 속 욱하고 힘만 센 장수와도 닮았다. 힘든 하루하루가 노폐물이 되어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 쉽게 떼어지질 않는다. 여행을 떠나볼까? 일상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반복된 삶의 고단함을 던져버릴 무엇인가를 찾아 고민하며 하루를 마감하려 한다.

출처. mirrormedia.mg
출처. ostopt.tk
"나만의 슬기로운 생활을 꿈꾸며"


드라마 '슬기로운 생활'을 보며 아직도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어떻게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사냐? 여기서 어떻게 더 허리띠를 졸라매.(중략) "최선을 다했는데 기회가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세상을 탓해. (중략) 자리를 그렇게 밖에 못 만든 세상이 문젠 거고 세상이 최선을 다해야지 욕을 하든 펑펑 울든 다 해도 네 탓은 하지 마." 힘겹게 버텨온 감방생활의 모범수의 출소가 꼬여 열심히 살아온 지난 시절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어 주인공이 멋진 말로 위로를 해준다.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이야기고, 실제로는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위로의 메시지라며 건네는 말이 때론 비현실적일 때가 많다. 분명한 건 자책하기보다 남 탓을 하더라도 잘 이겨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노래의 매력은 좀 특별하다. 비록 드라마를 빛내기 위해 만들어진 OST이지만, 내면의 메시지가 존재한다. 우선, 하루 일과라는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 노래 전반에 깔린 초침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한발 자욱 씩 앞으로 나아가는 삶처럼 정박에 떨어지는 비트는 안정감과 무료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런 생각에 잠겨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삶이 다 그렇지 뭐~" 이런 넋두리가 절로 나온다. 사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풀어낸 노래다. 오늘만큼은 평범한 삶을 대신해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듯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그려낸 것이라 해석하고 싶다. 

-나의 하루 일과를 되돌아보며
-슬기로운 일상생활
-이별 노래도 다르게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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