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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May 16. 2023

집에 찾아오는 전문 육아 서비스

네덜란드식 공동육아

임신을 하고 네덜란드에서 출산을 할 예정인 것을 알게 되자 여러 한국의 지인들은 '어릴 때는 한국이 편하다, 도우미 아주머니 없이 어떻게 아이를 기를까 정말 힘들겠다, 어머니는 집에 산휴조리를 위해 오시나', 이런 식으로 이렇게 저한테 조언을 주었었는데요.


이제 저희 아이도 3개월이 지나고 신생아 시절을 졸업했습니다. 쉬운 육아는 없는 것 같아요~ 순둥순둥한 아기고 건강히 자라도 초보 엄마이니 당연히 사소한 것 가지고 걱정도 많았었는데요. 두혈종이 커서인지 황달기가 두 달이나 있었어요. 황달수치 체크를 위해 3번이나 종합병원에서 피를 뽑아야 했죠. 응아는 일주일이 넘도록 모아서 (?) 하고요. 그러면서 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많이 울었죠. 제가 느끼기에 반응이 심해서 내장 상태가 어떤지 봐줄 전문가한테 문의하려고 예약도 했었죠. 밥(모유수유)은 낮이고 밤이고 30분에서 1시간마다 찾은 적도 많았어요. 힘들다는 모유수유는 역시 무지 힘들고, 어떤 때는 하루에 12번도 더 밥을 먹여야 했고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머리를 돌려 눕는 걸 편해해서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사두증이 심해졌어요. 이 과정에서 끝없이 나는 잘하고 있나, 아기는 괜찮은가라는 의문이 솟구칠 때, 같이 고민하고 상담할 남편이 있어서 고마웠고 종종 네덜란드의 육아혜택이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는 혼자 기르기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인도 속담에 아이는 한 동네가 다 같이 기른다는 말이 있다는데요. 네덜란드에서는 시댁이나 친정의 도움은 간혹 베이비시터가 필요할 때 받는 정도이고 아기를 기르는 것은 부모의 몫이에요. 하지만 독박육아가 아니라 아빠와 같이 기르고, 필요할 때마다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있어요. 무엇보다, 아기와 관련된 일은 전문가가 집에 직접 방문한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경험해 보니, 갓난아기를 데리고 이 병원 저 병원 찾아가는 것도 고생인데, 이렇게 직접 방문해 주고, 언제든 전화로 상담이 가능한 곳이 있다니 너무 좋았어요.

육아의 주체는 엄빠! 하지만 그들도 도움이 필요하니, 전문 교육을 받은 이들이 도와줍니다. 엄마나 시어머니랑 의견이 맞이 않아 다투며 하는 육아보다 스트레스도 적은 것 같았고요. 저희 네덜란드 시부모님들도 최대한 조언을 하지 않으려 하시더군요. 부부가 원하는 대로 도우면 돕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식으로 당신의 육아 방식을 강요하는 부담이 없으니, 가뜩이나 힘든 육아를 더 고생스럽게 하는 갈등이 없어요.


이런 시스템은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적어봅니다.


- 생후 1주일 간 국가에서 지원하는 아기/산모 간호사가 집에 방문(크람조그, Kraamzorg): 무료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산후조리원 같은 개념이긴 한데요. 전혀 호캉스 같지 않고 병원 퇴원하면 집으로 찾아오는 서비스예요. 하지만 그만큼 출산 후 집에 적응하기 쉽고 모자동실이 가능해서 아기를 이해하는데도 훨씬 좋아서, 전 나중에 한국에서 출산한다면 산후조리원에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이곳의 엄마들은 처음 맞이한 크람조그 간호사가 평생 기억에 남는다던데, 저희도 그렇습니다. 일대일로 아기는 어떻게 보살피는지 배우는 것은 물론 아기의 상태와 제 건강 회복을 체크해 주고 어질러진 집안일도 도와주는데요. 이 역시 자기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고 가르친다기보다는 알려주면서도 부부가 원하는 방식대로 해준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사진출처 unsplash

사소한 집안일 중 도와줘서 고마웠던 게... 양파썰기, 고구마에 포크를 콕콕 찍은 후 오븐에 넣어 구워준 것, 매일 빨래해주기, 이불을 이틀에 한 번씩 갈아준 것 따위가 있고요. 이 사람이 가사를 너무 쉽게 하는 걸 보고 저희도 몇 개 배워서 따라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화장실청소 참 쉽게 하더군요. 그리고 모유수유 때문에 고생할 때에 수유전문가를 추천해줘 상담을 받는데, 흘러내린 제 머리카락을 올려주고 담요를 가져다주는 등 정말 맘 따듯하게 챙겨주더라고요. 세 가족의 사진도 찍어주었고요. 가끔 아기를 전담으로 돌봐 부부가 낮잠을 잘 수도 있게 도와주더군요. 여러모로 당시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서포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리고 오전부터 오후까지라, 아기가 울어대는 밤에는 부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게 아기를 경험하고 배워가는 거겠죠. 간호사 서비스는 일주일뿐이고 더 연장할 수도 없는데요 (그 일주일 중 시간을 덜 쓰거나 많이 쓸 수 있어요). 그녀가 떠날 때 빼곡히 적은 감사 카드와 커다란 꽃다발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아기가 일주일이 지나 드디어 기다리던 첫 황금똥을 쌌을 때 무려 사진을 찍어 톡을 보낼 만큼 가까워졌었죠. 세 가족의 첫출발을 도와주는 이 서비스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요. 특히 처음 부모가 되었을 때 독립심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길러주고, 효율적인데도 정이 많더군요.


- 생후 1주일 안에 청소년 건강관리소에서 청력검사와 피검사를 하러 집에 방문 (육드 흐존드하이드조그, JGZ Jeugd Gezondheidzorg): 무료

출산 후 신생아실로 아기를 옮겨 여러 체크를 바로 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죠. 남편이 보는 중에 조산사가 간단한 검사를 하고 나면, 청력과 발꿈치 피검사는 다른 담당자가 집에 직접 와서 태어난 지 3-4일 후에 했어요. 위에서 말한 간호사랑 숨을 멈추고 청력 검사 결과(바로 나와요)를 기다리는데 그 몇 초에 얼마나 가슴이 졸이던지. 집에서 할 수 있어서 좀 덜 떨렸던 것 같아요.


- 생후 6주간 조산원에서 산모 검진 및 아기 체크: 무료

임신과 출산을 관장하는 조산원은 1주일에 한 번씩 내진을 오거나, 전화로 상태를 체크해 주는데요. 저희가 가지고 있던 많은 질문들에 의료적인 답변은 크람조그 간호사가 아니라 조산사가 해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크람조그 간호사에게 경과나 차도를 전해 듣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해 알려줘요. 그녀의 제안대로 모유수유 중 분유 보충을 하기도 했죠. 마지막 검사는 간단한 대화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복근의 벌어짐을 체크하는 정도로 끝납니다~

집에서 아기 몸무게 재는 날... 생각해보니 이런 저울을 쓰는게 아기가 편하겠네요. 폭~하고 쌓여있으니.

- 생후 6주 후에는 가정의사 (General practitioner, 네덜란드어로는 huisarts)가 산모와 아기의 질병이나 건강 상의 이상을 관할 (그전에도 질병이라면 huisarts가 결정권자~): 무료

전 출산 후 감기에 지독하게 걸려서 고생했어요. 기침이 너무 심해서 갈비뼈가 아팠는데 (뒤돌아 생각하니 모유수유 때문에 뼈가 더 아팠나 봐요), 의사가 직접 내진을 왔어요. 정말 옛날 영화에서나 보던 건데... 바쁜 의사가 집에 직접 오다니. 너무 고마웠죠.  

그리고 아기의 황달기가 오래가서 조산사에게 또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잘 먹고 잘 싸면 괜찮다'는 말 뿐이더군요. 그래도 아기가 아직도 눈에서 노란끼가 가시지 않으니 혹시라도 발달에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나 해서 의사에게 자주 가고 전화 상담도 많이 했죠. 치료는 필요가 없다고 하고 피검사로 황달 수치가 내려가는지 확인하는 방법만 제시해서  답답하고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이제 깨끗해진 피부랑 눈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에요.


- 생후 6주 후 아기는 전담 검진부 (컨설타치 뷰로, Consultatie bureau)로 관할이 넘어감. 여기서 1달 혹은 수개월마다 아기의 발달상태를 체크하고 백신을 접종함: 무료

우리동네 컨설타치 뷰로

딱 들어가면 오직 아기랑 부모들만 갈 수 있는 커뮤니티 클럽 같아요. 소아과에서는 질병만 관할하고, 이곳에서는 아기가 잘 자라는지 지표가 되는 키, 몸무게, 머리둘레를 재고, 의사나 간호사가 간단한 질의응답과 체크를 통해 성장을 관찰하는 곳이에요. 0살에서 4살까지 이곳에서 아기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보는 거죠. 한 달이 되기 전 두 번 정도 집에 직접 와서 아기의 몸무게를 재고 상태를 체크해 주었어요.

그리고 한 달째에 처음으로 저희가 직접 아기를 데리고 갔었지요. 네덜란드 의료 시스템은 예방보다 치료가 중심인데, 아기들은 예방이 먼저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어떤 질병이든 그래야 하지 않나 싶지만). 그래서 이런 시스템이 있나 싶었어요. 모든 부/모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체크할 길을 마련하는 거죠. 그리고 언제든 전화를 걸어 간단한 건 상담이 가능해요.

아기가 가스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 자서 전화를 거니 찍찍이를 이용한 아주 단단한 속싸개를 추천하더라고요. 무료로 빌려준다며 간호사가 집에 와서 속싸개 사용법을 알려주고, 30분간 상담해 주고요. 그리고 그 속싸개 매면서 잠버릇이 많이 나아졌어요. 아니 이렇게 소소하게 친절할 수가! 인건비도 비싼 나라라 4시면 카페 문도 닫고 커피 한 잔 팔지도 않는데 이렇게 '온디맨드' 간호사의 도움이 있다니.

거기에 더해 원한다면 검진소 소관의 프로그램에 가입해 1년에 4번 정도 두 살 때까지 집에서 부가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육아 스트레스부터 아기 기르는 팁까지 다방면으로 상담을 주는데요. 톡으로 바로바로 궁금한 것을 물어봐도 돼요.


그리고 인터넷 검색과 온라인 커뮤니티 문의도 엄청 도움이 되죠. 하지만 아무래도 내 상황에 맞는 전문적인 답변은 기대하기가 어려운데요. 그리고 필요해서 따로 받은 상담 전문가는 아래와 같아요.


- 수유 전문가: 들어놓은 건강보험에 따라 일부 공제가 되어요.

산전 1회, 산후 3회 상담을 받을 만큼 완모의 길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다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느 순간 괜찮아져서 지금은 완모를 하고 있네요. 수유전문가는 (국제모유수유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나 봐요) 영어로, 집에 와서 직접 수유하는 것을 보고 상담을 해주는데, 진짜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저와 아기에 맞게 해결책을 주는데, 아기 혀 상태도 체크해 주더군요. 그래서 수유자세를 콩코드 자세라고 앉혀서 먹이게 바꾸기도 했었고, 수유텀을 늘리는 특책으로 울게 내버려 두는 방법도 받았죠. 마사지 없이! 젖양도 늘고 아기의 몸무게는 폭풍적으로 늘었습니다.


- 아기 물리치료사: 무료

아기가 한쪽으로 머리를 두는 것을 선호한다니, 검진부에서 제안한 해답은 물리치료를 받는 거였어요. 추천하는 물리치료사는 아기 전문인데, 2주마다 집에 와서 아기의 상태를 체크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줍니다. 한 시간가량 아기의 목근육을 체크하고 발달 상황을 보는 건데요. 그래서 받은 숙제는 옆으로 눞히기, 터미타임 많이 하기, 기저귀대를 몸의 정면을 향해 두기, 돌려 안기 등, 아기에게 가운데를 가르치는 것과 오른쪽을 선호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에요. 그래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한 번 평평해진 머리통이 다시 돌아오기는 오래 걸리나 봐요~ 물리치료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렇게 네덜란드의 초창기 육아는 저 혼자가 아니라 이런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찌어찌하고 있어요. 그래서 덜 지치는 건 아니지만, 걱정은 좀 덜 하고 사나, 이런 마음입니다.

한 가지 문화적인 차이는, 우리나라에서는 50일 전까지 아기 외출도 삼가고 집에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을 꺼리는데요.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자제하라고 하지만 적당한 노출은 권장합니다. 그래야 면역력이 긴다나요. 그래서 이렇게 10명이 넘는 전문가가 (정확히는 13명) 집에 방문하고 내진하고 그러는 것도 가능한가 싶네요.

생애 첫 외출. 유모차를 태우면 칭얼대지 않고 깊이 자더라구요. 정말 마법같습니다.

모쪼록 세상의 모든 아기와 부모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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