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앨 May 18. 2023

잔반처리에는 부침가루

뭐든 넣으면 전!

저희는 일주일치 식량을 한 번에 모아서 만들고 데워 먹는데요. 귀차니즘과 건강을 생각해서 그런 건데 벌써 몇 년 차 주말이면 주방이 반찬 공장이 됩니다.

일요일에 이 많은 채소를 조리하고 금요일도 되기 전에 다 먹어버리는 이 무시무시한 식성… ㅋ 그러나 아주 가끔 시금치나 당근이 좀 남아요. 그리고 금요일이면 그간 내내 같은 것만 (그것도 아무 간도 하지 않은 채소를) 먹은 지라 뭔가 더 맛난고 특별한 것을 특히 남편이 찾더라고요. 그런데 장 봐둔 건 없고 막막할 때! 고이 모셔만 둔 부침가루를 사용하면 간편하고 맛있게 끼니를 만들 수 있어요.


부침가루를 고이 모셔두는 이유는, 여기는 우리나라 식재료가 흔하지 않거든요. 가끔 한국슈퍼에 가서 장 볼 때 하나씩 사두지만 맘먹고 전 부칠 날이 없으면 딱히 많이 쓰게 되지는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활용성 100%, 부침가루로 어쩌다 보니 정말 각양각색의 신개념 전을 만들어 왔네요. 딱히 파나 오징어, 김치가 주변에 넘치는 것도 아니니, 그냥 있는 재료, 특히 남은 반찬을 써서 만드는 것도 쉽고요. 또 간장만 찍어먹으면 한국음식 따로 만들지 않아도 돼요 (제 입맛 워낙 기준이 낮아서 그런 지도요 ㅎㅎ).


오늘은 유통기한이 지난 (...) 녹두부침가루랑 인기가 없는 곤드레 나물로 전 같지 않은 전을 만들었습니다. 한 번에 500g 가루를 다 써서 남은 건 냉동실로 직행~ 저희 부부 둘 다 다이어트 중이라 기름에 부치지 않고 되직하게 반죽을 만들어 오븐에 구웠어요. 비주얼은 노릇노릇 그럴싸하죠!

하지만 너무 텁텁해서 김칫물에 (이 역시 남은 것) 담가 먹었습니다. 다이어트 중이라 엄두는 안 냈지만 버터가 향긋하고 은은히 단 곤드레랑 녹두에 어울릴 것 같았어요.

가끔 한국슈퍼에 가면 귀한 깻잎님을 보고 충동구매를 하면 또 막상 먹을 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잔반처리한 깻잎전도 있었고요. 하다 못해 브로콜리도 전으로 부쳐 먹으면 맛있습니다 ㅋㅋ

찍어둔 사진 이긴 한데.. 브로콜리 전 말고는 뭘 먹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시금치 전을 할 때는 몇 년 간 냉동실에서 동면한 스피룰리나 가루 (해조류 가루예요… 왜 샀는지 ㅋ)를 넣으면 무지막지한 초록색 전이 만들어져요. 생 시금치나 익혀둔 시금치에 부침가루만 풀어 익히면 땡입니다.

그리고 시금치 전과 더불어 식탁에 자주 오르는 당근 전. 익힌 당근이 달달 하잖아요. 가장 먹을만하더군요!


어느 날은 부침가루가 너무 적게 남았는데 마침 빵가루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퍽퍽하게 만들어진 닭가슴살까지 동원해 모든 재료를 으깬 다음 패티를 만들었어요. 이 역시 오븐에 넣어 180도 정도에서 40분쯤 구워줍니다.

그리고 냉동실 행 ㅎㅎ 네덜란드의 올드치즈 올려 해동해 먹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라고요!

사실 ‘전’이야말로 어느 나라를 가나 있는 음식이죠! 달콤한 미국식 팬케이크부터 아주 얇고, 단짠의 조합이 가능한 네덜란드식 판느쿠큰, 우리나라의 기름에 지진 바삭바삭한 전까지. 사실 부침가루가 없어도 밀가루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게 전이죠.

제가 한 번 개발해 본 퓨전 전은 파에 염소치츠(네덜란드 사람들은 염소치즈를 비교적 많이 먹어요)를 넣은 전이었어요.

전에 더해 감자조림을 응용해서 스페인식 스튜도 만들었었네요...

적다보니 배고파지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야매 갈비찜과 매쉬드포테이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