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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l 28. 2023

네덜란드 훈제 장어로 만든 두부 김밥

김밥은 샐러드가 되고...

남편의 부모님께서 먹어보라며 네덜란드 훈제장어를 주셨습니다. 귀여운 장어마스코트에 국기도 그려져 있네요. 이 나라 특산품이네, 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민달팽이 같은 살이 훈제 연어나 잘 읽은 장어 바비큐에 익숙한 제 눈에는 좀 께름칙해 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훈제 장어가 (Gerookte paling, 흐로크트 팔링) 네덜란드의 델리카시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요. 한 때 즐겨보던 세계의 기괴한 음식 시리즈에서 처음 접했던 것 같아요. 먹어본 적은 없었고요. 사실 '기괴하다'는 표현은 우리의 선입견을 드러내기 위한 (그리고 주목을 끄는) 타이틀일 뿐이고, 외부인이 보기에는 기괴한 것이 맛있을 수도 있고, 시도해 볼 만하다는 걸 뜻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청국장이나 9번 구운 소금 같은 것도 나왔던 걸로 알고 있어요). 훈제 장어 만드는 짧은 클립이 있길래 공유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t0XA5n8T3w

그래서 이 민달팽이 같은 훈제장어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여쭈어보니, 치즈에 어울릴 얇은 토스트에 크리미한 소스를 얹고 장어를 올리고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허브 딜을 올려 플래이팅한 사진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출처가 있는 그런 사진을 찾을 수가 없어 대충 비슷한 사진을 붙여봅니다.

풍부하고 약간 느끼한 맛을 잡아줄 상큼/알싸 소스랑 어울리는 훈제장어. 출처: formanandfield.com, simplyoysters.com

한 조각 맛을 보니, 훈제 장어는 연어 사시미처럼 부드럽고, 기름지고, 고소한 풍미가 가득합니다. 간 같은 아주 깊고 진한 맛을 밸런스 시키기 위해 빵에 올려 먹는다는 게 이해가 가고요. 훈제이지만 훈제 느낌이 아주 조금이라 우아한 맛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장어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해 줄 간단한 조합이 가장 좋겠다 싶기는 했지만 (한국식으로 한 다면 막 지은 밥과 같이 먹는 거죠)...


하지만 이번 주에는 다이어트 중 특식으로 두부김밥을 만들어보기로 했었기 때문에 빵을 또 사서 먹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준비했다!! 훈제장어 두부 김밥... ㅋㅋ 생각해 보니 자취시절 만들었던 훈제연어+크림치즈+사과 김밥이 정말 그럴싸했었거든요. 훈제 장어도 넣으면 그만 아닌가 싶었습니다.


간단하지만 어디서 절대 찾아볼 수 없을 퓨전 김밥 재료 준비물입니다.

네덜란드 치즈와 훈제장어 & 우리네 김밥재료

그래서 도전 두 가지.

1. 두부밥 만들기.

이것도 일이더랍니다. 마른 팬에 물 좀 빠진 두부를 으깨며 볶고, 식히고 면보로 물을 짜주었습니다. 그런데 물이 너무 빠졌는지, 만약 으깬 칠면조나 닭가슴살이 뻑뻑한데, 하루 정도 실온에 놔두어 푸슬푸슬해지면 나올 질감이 되었습니다. 이걸로 뭐가 싸질까 싶었지만, 물을 흠뻑 먹은 두부로 김밥을 싸도 물러 터지는 걸 알고 있거든요... 어쨌든 내가 먹을 건데 뭐 어때하는 자신감에 그냥 직진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비디오에 의하면 김밥 쌀 때 위에 치즈를 붙여주면 김밥이 말릴 거라더군요. 그래서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어, 말렸다!" 싶었지만... 형태를 유지한 건 고작 김밥 세 개...ㅋㅋ 나머지는 다 터져버렸습니다. 색깔도 밍밍하고, 맛도 밍밍하더군요. 두부도 간이 안 되어있었거든요.

그래서 고추장을 올려보았습니다. 하지만 두부의 맛과 훈제장어의 맛이 다 그냥 그만그만 밍밍해져 버렸습니다. 고추장과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2. 장어랑 어울릴 조합 찾기

터져 버린 김밥은 샐러드를 더 넣어 모든 재료를 부신 후 샐러드가 되었고, 무맛에 무언가 더해 줄 조합을 찾아보았습니다. 상큼한 맛을 더해줄 두 가지 조합입니다. 하나는 유부초밥소스+케이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안 화이트와인 비네가+딜입니다. 싸구려 재료에서는 싸구려 맛이 나고, 고급 재료에서는 아름다운 맛이 나더군요 ㅎㅎㅎ 살짝 달콤하되 상큼한 소스를 두부나 당근에 넣어 훈제 장어 김밥을 말았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완성된 샐러드. 훈제장어는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ㅋㅋㅋ

훈제 장어에 관심이 없는 남편 대신 제가 한 팩을 다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두부김밥도, 훈제 장어김밥도, 그 둘을 합친 퓨전도 다시 해보지는 않겠지만, 재미로 도전도 해보고 새로운 맛도 알아가는 게 즐겁죠…!

Vollenhove에 있던 훈제장어 자판기.가끔 바닷가 근처 마을에서 이 장어를 파는 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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