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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n 26. 2023

크림 대신 네덜란드 크와크

네덜란드의 요거트 크와크

저랑 남편 둘 다 절대 풀리지 않는 마법에 걸렸나 봅니다. 단 거 좋아하는 입맛이 바로 그 마법인데요. 단 거 안 먹어도 상관없어하는 사람들이 가끔은 부럽기도 합니다. 살이 잘 안 찌는 것 같아서요.


그중에서도 전 생크림을 많이 좋아합니다.

친구의 친구가 애플파이를 주문하는 이유가 곁들여 나오는 휘핑크림을 먹기 위한 변명이라는 명언(?)을 했었죠. 저도 그렇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오랜만에 간 카페에 앉아먹는 네덜란드식 아이스커피는 슬러시 같은 아이스커피에 휘핑크림을 얹는데 그게 또 시원 달콤하고요. 해는 나지만 찬 바람이 미친 듯이 휘갈기는 날 해변가 카페에서 핫초코에 휘핑크림을 얹어 먹으면 또 마음까지 푸근해지죠. 그럴 때는 팍팍 얹어 푹푹 떠먹어줘야죠. ㅎㅎ

위에서 부터 네덜란드식 아이스커피 & 숟가락이 사라지는 생크림. 핫초코+술. 애플파이 & 생크림

가끔 한국 요리 영상을 보면 크림이 꽉꽉 들어간 단팥빵, 크로아상, 뚱와플, 딸기 가득 생크림 가득 생일케이크 같은 게 넘쳐나고, 너무너무 맛있어 보이거든요. 한국에 안 사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곳 네덜란드에도 크림덕후들이 사는지 크림을 이용한 디저트나 과자들이 많아요. 엄청 커다란 초코슈크림 “보스볼(Bossche ball)”, 생크림에 초코를 굴려 얼린 “슬라흐롬 트러플 (Slagroomtruffles)” 모두 우리 나라의 약과같은 전통과자입니다. 전통이 있지만 슈퍼에서도 살 수 있다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지요 ㅋ

칼로 자르는 재미가 있는 왼쪽 보스볼과 깨물때 스냅이 즐거운 오른쪽 슬라흐롬트러플

하지만 저희 둘 다 건강하게 살고 싶지 청바지 사이즈를 늘리기 싫어하는 지라 휴가 때가 아니면 단 거를 끊거나, 대체품을 찾습니다. 그래도 중용에 가까운 대체품 찾기가 저희의 가장 일상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서 뭔가 크리미 하고 차가운 게 먹고 싶으면 네덜란드의 크와크만한게 또 없습니다. 1kg 한 통 사두면 일주일은 갈 텐데, 남편 것까지 이제 냉장고의 두 칸은 이 크와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집 1-2주 치 크와크

그래서 크와크가(kwark, 영어로는 quark) 뭐냐면요…

1. 단백질 

2. 한통 다 퍼먹어도 걱정 없는 저칼로리 크림

이런 아주 개인적인 정의를 내려봅니다. 여기서도 크와크가 정확히 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슈퍼마켓 유제품 코너를 가면, 한국에서도 흔히 보이는 자그마한 사이즈 요거트 옆에 메가 사이즈 (250/500/1000g) 스키어, 그릭요거트, 크와크가 있는데요.

꾸덕한 요거트” 섹션인 마냥 다 같이 모여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체하기 쉬운 제품이지만 찾아보면 각각 다 정체가 다르더군요. 공정 상의 차이를 두고 본다면 크와크는 “소프트치즈”이지 요거트는 아니라고 하네요. 하지만 그 요거트 나름의 시큼한 맛이 치즈보다는 요거트에 가깝게 느껴지고요. 여기 사람들이 먹는 방법도 요거트에 가깝습니다. 그래놀라나 과일하고 같이 먹는 거지요. 독일이나 북유럽에서도 많이 먹습니다.


어느 날 점심을 너무 많이 먹고 저녁은 크와크로 때우겠다는 남편이 한 그릇 만들어 보더랍니다. 크와크+바나나+아몬드+메이플시럽=오늘 저녁은 디저트로 떼우겠어

하지만 제가 이 크와크를 사재기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요거트랑 맛이 비슷해서 전혀 아니죠.


1. 100g당 총 칼로리가 50kcal 밖에 되지 않는 게 크리미하고 아무 거나 넣어 먹어도 되는 ‘흰 캔버스’ 같은 면모도 면모지만, 단백질 대마왕이거든요. 특히 저희가 사먹는 지방 0% 크와크는 100g당 단백질이 8-9g입니다.

해동한 블루베리 크와크는 클래식. 단백질 파우더+오렌지망고주스+크와크는 남편 운동 후. 요새 반한 꿀조합은 트러플 꿀+크와크. 사랑입니다 ㅎㅎ

한국에서 시통 중인 오가닉 플레인 요거트를 보니 100g 당 단백질이 3g으로 적지만 지방이 3.5g (탄수화물은 4g으로 비슷합니다)이네요. 총 칼로리는 60kcal로 비슷해도 단백질을 먹으려면 크와크를 먹는 게 좋겠지요. 사실 일반 식재료로 단백질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은 게 냉장고에 크와크가 가득한 이유입니다.


2. 500g 통이 1유로가 채 되지 않습니다.  0.99유로! 요새 환율로 1400원인데요. 1400원이나 1유로로 500g어치의 단백질 폭탄을 살 수 있을까요? 위에 말한 한국 제품도 400g 통이 3690원인데요. 10원을 써도 고단백 제품에 쓰고 싶습니다 ㅎㅎ


오늘은 고향의 맛이 생각나 점심으로 구수한 된장국을 먹고 났더니 시원상큼이 땡기더랍니다. 그래서 과일을 먹을까 크와크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크와크 반통 남은 거에 숟가락 꼽고 퍼먹었어요. 설탕도 지방도 없어도 좋습니다. 점심 먹고 생크림을 먹을 수는 없잖아요?

누군가는 크와크가 크림치즈와 묽은 요거트(액티비아?)의 중간이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치즈케이크처럼 베이킹에도 쓰이는 게 크와크입니다.

곳곳에서 먹어 본 크와크 빵류. 나든의 크와크볼, 프리즐란드의 크와크케이크. 맛있습니다!

브런치에 크와크에 대해 더 적어보고 싶어진 후로 지난 주말에는 오븐에 한 번 색다르게 구워봤지요.

크와크 치즈 수플레

계란 섞고 치즈 올리고 남은 고수까지 올려 수플레가 되었습니다만. 남편은 영~ 이상하다고 하네요. ㅎㅎ 그럼 제 크와크 모험은 여기까지입니다.

후에보스 란체로스를 먹고 난 자투리 야채에 크와크를 같이 먹어도 맛있습니다.

단 것 좋아하는 사람이 살찌기 싫어한다면 세상살이 힘듭니다 ㅋㅋ 크와크가

있어서 다행이지요!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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