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카페를 아시나요?

논알코올 Social Beverages의 탄생

by 이나앨

내가 막 도착한 런던은 봄이었다. 내 생일날 런던에 입국했는데, 런던은 내 생일선물로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줬다. 불법체류를 의심해 공항 구치소(?)에 4시간가량 날 가둬둔 거다. 하지만 그런 차가운 런던임에도, 내게는 이제 든든한 남자친구가 있었고 유학시절 만들어 놓은 조금의 인연이 있었다. 그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비자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내 무알콜 브랜드 사업계획서를 보여주고, 꿈에 부풀어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구치소에서 흘린 눈물은 잊고) 회사의 직원에서, 이제 모든 걸 내가 결정하는 사업의 주체가 된 것이 즐거웠다.


무알콜이라는 키워드는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왔다. 런던 퇴근 시간에 나가보면 안다. 런던은 술을 좋아한다. 곳곳에 있는 펍 옆을 지나면 성냥갑 안의 성냥들처럼 다닥다닥 붙어 커다란 파인트를 들고 사람들이 떠든다. 시간이 자정이 넘으면 거나하게 취해 목소리가 커진 사람도 보이고, 한 겨울에도 외투 없이 짧은 드레스만 입은 여자들이 몸을 못 가누고 거리를 걷는 모습도 보인다. 난 런던 펍에 절은 화장실 냄새 배인 술 냄새를 싫어했다. 어쨌든, 그래서 무알콜 사업은 "오 신선한데?" 하는 반응을 불러왔다.


역시나 트렌드는 트렌드였다. 때마침 열리는 런던의 알코올 대체 음료 페스티벌 Mindful Drinking Festival*은 무알콜 시장이 있다는 것의 증명이었고, 내게는 진짜 소비자와 브랜드를 테스트할 기회였다. 나는 페스티벌 담당자와의 인터뷰 후에 부스 자리를 얻게 되었다. 런던에 도착한 지 고작 14일이 지난 후였다.


14일이라니, 브랜드의 로고는 런던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면지에 그려보았지만, 그 외에는 페스티벌에 선보일 음료나 페스티벌을 위한 브랜딩은 전혀 안 되어있었다. 페스티벌은 한 달 후였다. 브랜딩이나 메뉴판을 디자인하는 데에는 돈을 썼지만, 전시 부스를 만들기에는 시간도, 자신도 좀 부족했다. 당시 나는 LEAN STARTUP*의 콘셉트에 아주 빠져있었다. 단순하게 기본으로 시작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남편이 두고두고 놀리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이 다림질판, 페스티벌에서 음료를 전시하는 데 좋지 않을까?"


부랴부랴 페스티벌에 참여해 2017년의 여름, 내 브랜드 Social Beverages의 창작 음료를 사람들에게 권했다.


알코올이 아니지만 우리를 어울리게 해주고 취하게 하는 음료말이다.


대부분 음료를 만들어 파는 무알콜 브랜드 사이에서, 나만이 무알콜 베뉴 (venue) 콘셉트를 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뉴를 선보일 수는 없기에 나는 직접 만든 무알콜 음료도 선보였다. 브랜드의 키워드로 음료 외에 장소성을 추구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다림질판 대신 박스를 썼다. ㅎㅎ


술 없이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그런 술집이나 클럽이 아닌, 제3의 공간을 추구하고 싶었다.


흔히들 떠올리는 바와 클럽의 흥겨움이 가득하지만 술 없이도 즐거운 그런 곳 말이다. 브랜드 이름에 Social 이 들어가는 이유도 그랬다. 술이 아니어도 어울리게 해주는 매개체, 그건 단지 음료뿐 아니라 장소성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또, 실은 내가 하고 싶었다.


흥미롭게도, 이런 무알콜 카페는 당시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Dry cafe로 불리면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Mindful Drinking Festival 도, 이제는 페스티벌이 아닌 Tasting room으로 바뀌고, 하나의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내가 선보인 Social Beverages의 음료는 반응이 꽤 괜찮았다.

반응이 가장 좋았던 Here Comes the Sun


그래서 다음 단계로, 나는 나만의 음료를 만들어 파는 팝업 카페를 차리기로 했다. 당장 런던에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Dry Cafe를 차릴 대형 자본은 없었기 때문에 난 단기 렌털을 하고 최소한의 자본으로 한 번 부딪혀보기로 했다. (돌아보면 대형 자본을 끌어다가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노선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LEAN STARTUP 마인드였는지 모른다. 나의 시장조사는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테스트와 검토, 수정을 거쳤다. 어떻게 하면 자본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사업방향을 테스트하고 더 낫게 개선할 수 있을까? 내게 Social Beverages는 많은 것을 건, 내 삶의 원동력이자 고민거리였지만, 아직 완전체가 아니었다.

레시피 개발도 그렇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되 조금씩 바꿔가면서 맛을 맞추는 거다.


내가 개발한 Here Comes the Sun 은 런던에 영감을 받은 음료다.


런던 Chapel market 채플 마켓을 둘러보며 레시피에 쓰일 새로운 향신료를 찾던 중이었다. 허브샵에 가득히 묶여 팔리는 타라곤이 눈을 끌었다. 타라곤에서는 우리나라 음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향이 난다. 호불호가 있을 아니스와 리쿼리스의 향이지만 그 달콤함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향은 복잡하고 떫거나 쓸 수도 있다.

나는 마치 런던 같은, 매력적이지만 어려운 향을 여름을 상징하는 과일인 파인애플과 섞었다.


우중충한 7월의 여름날, 해가 나올 때의 그 기쁨. 내가 누군가와 런던에 돌아온 것에 축배를 든다면 Here Comes the Sun을 선택하지 않을까.




*https://mindfuldrinkingfestival.com/summer-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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