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술을 TPO와 엮는다.
낮술은 음식과 같이 마실 맥주다 (아니면 깡소주?). 집에서는 쉬거나 한숨 돌리기 위해 자기한테 편한 술을 마신다. 보통은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고, 어떤 때는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을 마시고, 어떤 때는 맛을 음미하려고 와인을 마시고, 어떤 때는 멋진 바나 집의 벽난로 앞에서 위스키를 마신다 (유럽에서는). 하지만 축하하기 위해 소주를 마실 수도 있는 거다. 회식으로 어울려서 위스키를 마실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무알콜 음료를 파는 드라이 카페를 열었다. 거기서 가짜 맥주, 가짜 위스키, 가짜 와인만 팔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만의 무알콜 메뉴를 만들어야 할 때 생각해 봤다.
술을 왜 마실까. 사람들이 술에서 찾으려는 건 뭘까.
왜 나를 비롯한 젊은이들이 술이 싫어질까.
술 대신 시킬 음료는 왜 콜라 사이다뿐일까.
내가 술자리에 대해 생각하면, 감정이 엮인다. 술은 술에 취하든, 취하지 않든, 감정을 증폭시킨다.
알싸한 버블이 상쾌한 샴페인.
목넘김이 따갑지만 여운이 긴 위스키.
독하지만 맛있고 눈이 즐거운 칵테일.
모든 맛은 우리의 기분과 연결되어 있다. 만약 그 맛을 잘 조절한다면, 술을 마실 때 느낄 감정을 무알콜 음료도 줄 수 있지 않을까?
강렬한 맛
쌉쌀한 맛
달콤한 맛
매운 맛
미묘한 맛
화려한 맛
잔잔한 맛
...
내가 마신 술이 맛이 없던 건, 내 복잡한 기분을 이해하는 술이 없어서였을까?
나는 이렇게 술이 주는 감정메뉴를 써 내려갔다.
모험적인 Adventurous
사랑이 가득 Full of love
축하하는 Celebratory
자기애 Self love (나를 안아주고 싶은 날)
세상의 꼭대기에서 Top of the world
소모된 Spent
강렬한 Intense
그렇다면 모험적인 맛은 어떨까. 사랑이 가득한 맛은? 축하하는 맛은?...
나는 모험심의 맛은 매운 맛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사랑의 맛은 과일의 달콤함으로
축하의 맛은 가볍고 미묘한 맛으로
자기애의 맛은 민트를 섞은 달달하고 차분한 맛으로
세상의 꼭대기에 선 맛은 커피 같이 강렬한 맛으로
피곤할 때의 맛은 오렌지와 생강을 섞은 따듯하고 포근한 맛으로
뜨거운 강렬함의 필요할 때의 맛은 오크와 향신료로 표현했다.
감정으로, 맛으로 이어지며, 음료의 이름까지 알쏭달쏭하게 내 방식대로의 메뉴가 완성되었다.
레시피 개발까지 마치고, 재료와 어울리는 잔과 컵까지 사고 나니,
내가 차린 런던의 무알콜 카페가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