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의 역이민, 단상

날씨, 육아환경, 음식 그리고 약

by 이나앨

네덜란드에서 온 가족이 이사 온 지도 이제 5개월 째다.


이제 봄기운이 드는 3월 중순.

산수유나무에 노란 꽃 봉오리가 맺혔다.

첫째가 민들레도 보여준다.

이맘때쯤이면 네덜란드에는 사프란의 일종인 꽃이 땅에 가깝게 보라색, 흰색으로 피기 시작했다.

봄비라 해도 네덜란드만큼 비가 오지는 않지만, 봄이 오자 미세먼지가 두렵다.

수치를 보지 않으면 공기가 나쁜지 모르겠건만, 아기들이 자라는데 아주 치명적이라는 미세먼지. 네덜란드의 수치는 “3”이었는데 100, 200대가 넘어가니 해가 나고 따듯해도 놀이터도 못 간다. (네덜란드의 대기질은 아무래도 다른 측정법을 쓰는 게 아닌지 싶다. 3이라 할 만큼 청정지역은 아니다…)

어서 목련도 피고 개나리 진달래도 피었으면. 1월의 강추위가 지나고 훨씬 따뜻해졌지만 겨울이 지겨워지는 건 네덜란드나 한국이나 비슷하다.


처음으로 모두 함께 난 한국의 겨울은 신선했다.

새파란 하늘과 쨍 한 햇볕

차갑고 추운 공기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음습한 네덜란드의 겨울에 비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눈꺼풀에 닿는 햇살이 포근한 느낌을 지나가는 저 사람은 모르겠지.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고 너무 추워 난방을 때우다가 누전도 되었고, 한 살 아기까지 발가락 피부가 부르튼 극강의 건조함도 있었다. 그보다 더 네덜란드인 남편을 신경 쓰이게 한 건 바로 나갈 때마다 듣는,

“애기 춥겠다” 소리다..


한국은 학업의 “업”이 시작 안 된 어린아이들에 겐 파라다이스다. 정말 애들과 할 게 무궁무진하다. 동네에 놀이터도 많고, 놀이터마다 테마가 있다. 무당벌레 놀이터, 고래 놀이터, 사자 놀이터… 모래 종류도 다양하다. 놀이터 근처에 항상 있는 운동기구도 놀거리다.

키즈카페도 카페마다 특색이 다른데, 첫 째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네모네모“ 키즈카페다. 네모난 스펀지 볼풀장이 신나나보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뮤지컬이며 오케스트라 공연도 다녀왔다. 식물원, 수족관이나 연못이 있는 이색카페도 많다. 농장체험으로 무도 뽑고, 밤도 주워 굽고, 집 앞 산에도 올라가 낙엽을 만지며 놀았다. 가을의 단풍잎은 그 자체로 놀라움이었고.

그냥 탄 택시마저 그저 놀랍다…

오는 주말에는 한옥마을과 절에 가볼까 한다. 전통누각을 보고 “이런 집에서 살고 싶어요” 하는 세살배기에게 한옥을 더 보여주고 싶은 거다. 리스트가 끝나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 아기 둘을 데리고 “오늘은 또 뭘 하지, 오늘은 또 어떻게 보내나” 하던 막막함은 없다. 매일매일이 신나는 추억거리다.


하물며 어린이집도 매일매일 특별하다. 특별활동 스케줄이 없어도 선생님들께서 매일 새로운 미술놀이나 체육놀이를 고안해 진행하고 조금의 사비로 동물체험, 영어연극, 체육 등 다양하게 경험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어린이집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바깥의 모래밭에서 하루 종일 놀렸다. 날씨가 안 좋으면 장난감도 별로 없는 실내에서 하루 종일 자유롭게 놀리고 가끔 간단한 그리기 활동을 했다.

돌이켜보면 네덜란드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다시 보내고 싶지 않다. 네덜란드에서는 겨울에 우리 모두 내내 어린이집에서 옮아온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올 겨울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요새 한 번 된통 걸렸지만).

네덜란드 어린이집이 딱 하나 좋은 게 있다면 분유, 젖병, 물컵, 식기, 이불 등 모든 걸 원의 것을 쓴다는 거다. 아직 소금을 먹지 않는 아기 이유식도 그렇다. 밤마다 애기들

짐 싸고, 밥 싸이불이 들어가는 가방이 없어 적당한 가방을 찾아 뒤지다가 그냥 피곤해 앉아버렸다.


반대 생각도 든다. 끝도 없는 한국식 하이텐션 엔터테인먼트를 좀 쉬어야겠다 싶을 때가 있다. 심심하게, 조용히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말이다. 흥분이 행복인 건 아니니까. 매일, 주말 흥분만 가득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네덜란드의 (썰렁한) 놀이터가 너무 재밌었다는 첫째의 말을 들으면, 애들은 뭐가 너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처음과 다르게 당연해지는 게 있다. 우선 외식과 맛있는 음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적당히 밖에서 밥 사 먹을 곳이 없었는데. 우선 점심 때는 문을 안 열고, 맛도 별로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는 5개월 간 집에서 점심을 먹은 게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요새는 외식도 시큰둥해진다. 케이크도 너무 먹어서 입이 아주 고급이 되었다. 이제는 그냥 아무것도 당기지도 않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약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항생제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란다. 네덜란드 의사들은 “바이러스인지 박테리아인지 모른다, 항생제를 쓰면 나쁜 박테리아를 죽이지만 좋은 박테리아도 죽인다” 라 말한다. 그리고 특히 일반 감기에는 항생제를 안 준다. 항생제 들어간 연고도 의사가 처방해야만 살 수 있다. 자주 다니는 소아과에선, 아기의 감기에 항생제 쓰기를 꺼려하는 우리 부부를 알아 같이 고민한다. 우선 항생제를 안 쓰고 며칠 후 다시 가니 의사가 잘 났고 있다며 항생제를 “안 써서 잘했네”라 한다. 다른 약도 그렇다. 네덜란드에서 아기에게 감기약을 써본 적이 없건만, 일주일 넘게 아기를 위해 네 개의 약을 섞어 감기약 칵테일을 만들어 먹였다. 아기가 6개월 간 감기 때문에 목이 쉬어있어도 아무런 처방을 받지 못했던 네덜란드와 너무 비교가 된다. 감기가 낫질 않아 약이 있으니 약을 안 줄 수가 없는 마음이다. 그러다 이제는 주는 게 당연해졌달까.


당연해지는 것 사이에서 또 한국과 네덜란드의 생활은 무엇이 다르고 새로울까. 그런 걸 발견하고 생각하는게 일상의 피곤함을 달래는 재미가 되니. 종종 네덜란드를 그리워하는 세살 첫째도 이런 생각이 들까.

세상에 버스마저 애니메이션인 나라가 또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한국의 카페, 네덜란드의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