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여행
드렌트 (Drenthe)라는 주는 독일을 경계로 북동쪽에 있어. 숲이 많다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드렌트의 이름이 ‘thrija-hantja 영어로 tree land’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네? 지금은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나 주에 비하면 시골같은 느낌이랄까, 농사가 대부분의 수익인 주이지만, 그런 만큼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선사시대의 고인돌이 많이 발굴된 만큼, 15만 년도 전에 사람들이 살던 곳이거든.
네덜란드의 모든 물길은 다 뻣뻣하게 (?) 일자로 펴놨대. 그래서 물이 빨리 흘러서 홍수나 범람의 피해를 줄이려고 한 거래. 드렌트의 국립공원인 드렌쯔 아 (Drentsche aa)에 가면 자연 그대로의 구불구불한 물길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 물길을 찾아봤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찾을 수 없다고 하더라. 물이 얼마나 차는지 뭐 그런 이유로 물길이 눈에는 안 보이나 봐. 여기저기 조금씩 샛강이 보인 정도였어.
하지만 드렌쯔 아는 원초적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특히 거리는 멀지 않아도, 어쩐지 근접한 주인 오버아이슬에 비하면. 들판과 큰 농경지가 많고, 모래 둔덕,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물길, 털이 긴 스코티쉬하일랜드 소, 나비 천지였던 잡초길 뭐 이런 인상 때문인지도 몰라.
그리고 드렌쯔 아를 주변으로 이름도 좀 네덜란드 말 같지 않은 작은 마을들도 둘러봤어. 타알로 (Taarlo), 하스터른 (Gasteren), 그리고 숙소가 있던 에익스트 (Eexte)라는 곳인데, 고요하고 원초적인 드렌트의 느낌이 묻어있달까.
옛날 네덜란드 마을에는 브링크 (Brink)가 있었는데 거기에 가축들을 모아두고 마켓도 있었던 마을 가운데 광장 같은 개념이었나 봐. 드렌트의 작은 마을 대부분에 브링크의 흔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 브링크의 터에 오래된 나무들이 촘촘히 심어져있어서 더 특별하더라.
그리고 아무리 시골이라도 집을 정말 잘 가꾸어서, 왜 대도시에서 힘들게 일하며 아파트에서 살까 하는 질문이 저절로 나. 전통적인 외관에 현대적인 집, 널찍한 공간, 거의 초원 수준인 정원, 어제 깎은 것 같은 잔디들, 말끔하고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수, 정원화들, 차 소리도 안 들리는 저녁. 네덜란드에서 별과 행성을 관찰하는 곳이 드렌테래. 그만큼 조명도 없고 밤이 깊어.
특히 우리가 묵은 숙소인 리쿠스(Rikus)는 그런 자연에서의 삶을 느끼기 좋은 호텔이었어. 새로 지어져 깔끔하고, 방도 몇 개 안 되고, 무엇보다 농지에 있어서 어느 창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들판이라 힐링이 되더라.
그리고 직접 채소를 가꾸어서 레스토랑에서 음식으로 만들어. 낮에 본 자두로 만든 디저트, 500m 떨어진 축산농가의 소고기처럼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귀한 재료로 특별히 만든 뉴 더치 퀴진 (가까운 곳의 네덜란드 제철 재료를 사용한 음식)까지, 정말 시골이 시골이 아니라는 느낌이었어. 난 대도시가 아니면 새로운 시도가 드물고, 제품의 질이 아무래도 대도시만큼은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나 봐. 하지만 에익스트의 리쿠스에 묵으면서 여기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
리쿠스 추천할게.
그 다음 날에는 이 지역에 온 만큼 나치의 유대인 캠프 (Kamp Westerbork)에 들렀어. 박물관은 당일 티켓이 매진되어서 못 들어가고, 근처의 숲에서 네덜란드 유대인들을 관할하던 나치 장병의 집, 노동의 장소, 식량품 저장소, 독일로 가는 기차의 흔적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징병/징용 역사도 생각나고,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왜 그랬을까 답답하면서도 슬퍼졌지. 비까지 오락 나락하고 어두운 아침이라 더 우울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도착한 민속촌인 오벌트 (Orvelte)는 관광객들로 바쁘고 해가 쨍하고 나서 기분을 전환하기 괜찮았어. 예전에 간 오트말숨 (Ootmarsum) 민속촌보다 훨씬 오래되었을 거야. 그리고 크기도 더 컸고. 짚을 사용한 오래된 집들이 초가집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지금은 사라진 특이한 짚 장식/벽 장치까지 새로운 걸 봐서 즐거웠어. 어디를 가든 네덜란드의 지역 특산물을 건포도 빵인지 민속촌 카페에서 시켜본 빵 두 개다 건포도가 들어가 있더라. 지역마다 건포도 빵 탐방기를 쓰면 어떨까 싶을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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