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여행
여름이 오면 어딘가 먼 곳으로 휴가를 가고 싶은데, 네덜란드의 반짝 여름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생겨. 정말 드물지만 날씨가 좋은 며칠은 새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 쨍쨍한 햇볕, 흰 구름, 신록까지, 정말 천국이 따로 없거든. 올여름은 그런 날이 드물고 비가 많이 내리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날씨가 좋기를 바라며, 네덜란드 국내여행을 하기로 했어.
길게는 아니고 4박 5일로 한 번도 탐방하지 못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일정을 짜보았지. 국립공원들을 중심으로 숙소를 잡고 세부 여정을 짰어. 사실 더 길게 가면 갈 텐데, 남부지역의 홍수 피해로 북동부 지역만 가다 보니 좀 짧아졌네.
일정은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서 제일 북쪽부터 시작해서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순환 일정을 짰어. 굵직한 일정을 뽑으면 아래와 같을까?
1. 네덜란드의 제주도 스키어모니크오흐 (Schiermonnikoog)
2. 선사시대의 원초적 자연 드렌쯔 아 (Drentsche Aa)
3. 파란 물과 파란 하늘 드 웨이리벤-위든 (De Weerribben-Wieden)
4. 차가 없이 배로 사는 마을 히트호른 (Giethoorn)
5. 네덜란드 같지 않은 로맨틱한 도시 데이븐터 (Deventer)
그리고 사이사이 여러 가지 장소랑 마을을 추가해서 4박 5일 동안 정말 많이 봤어. 예를 들어 드렌쯔 아 국립공원 근처에서는 나치의 유대인 캠프 (Kamp Westerbork), 민속촌인 오벌트 (Orvelte)에 들렸고, 드 웨이리벤-위든 국립공원 근처의 작은 마을들인 볼른호브 (Vollenhove), 블록자일 (Blokzijl)은, 안 가면 아쉬운 아름답고 재밌는 동네들이었어. 마지막 날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데이븐터처럼 한자 (Hansa) 도시인 캄픈 (Kampen)까지 여정을 연장해 들러볼 정도로 끝도 없이 계속 여행만 할 수도 있겠더라.
그리고 돌아온 암스테르담은 다행히 날씨가 좋네. 덕분에 휴가 우울증은 좀 덜 하다. 그래도 이렇게 로드트립을 하고 나니, 어쩐지 네덜란드를 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산이 없고 평평해도 자연은 늪지, 바다, 모래언덕, 숲, 강, 물길, 들처럼 다양하고, 어디를 가든 높은 삶의 질이 느껴져.
시골일수록 더 정원과 집을 가꾸는 마냥, 농장에도 대부분의 집들이 전통미와 현대미를 동시에 가진 데다 잔디를 방금 깎은 것처럼 잘 가꾸어져있더라.
그리고 네덜란드 전통 신발을 신은 클록스 (clogs, 네덜란드어로는 klompen)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도 보았어. 우리가 여행한 곳에 물이 고인 땅이나 축축한 농경지가 많아서 클록스를 신으면 편하겠다 싶던걸. 그만큼 순수한 네덜란드의 생활이 계속 전해저 내려오는 곳이 이 지역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특별한 지역 음식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점이야. 과거의 지역 음식을 음식점에서 찾아보기도 힘들고, 가끔 지역 이름을 단 음식을 먹어봐도,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하더라고. (다 건포도 아니면 계피 아니면 계피+건포도 빵…) 거기에 더해 코로나로 조식부페가 미리 준비되어서 나오는데 빵 4개가 기본이야. 그래서 빵을 너무 많이 먹은 여행이었지. 맛있게 잘 먹었지만, 뜨끈한 국물 생각나.
너도 네덜란드에 있으면서 여기저기 발길 닿는 곳으로 여행해봐. 아무리 멀어도 차나 기차로 2-3시간이면 도착하니 당일치기도 좋은 것 같아.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