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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Aug 22. 2021

네덜란드 같지 않은 로맨틱한 도시 데이븐터

네덜란드 여행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데이븐터 (Deventer)였어.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인구 오십만의 소도시라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갔어.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다. 왜 아무도 데이븐터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로 역사가 살아있고, 트렌디하고, 활기가 넘치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도시야.

살짝 기울어진 드 와그 박물관

무엇보다도 중세 시대부터 무역을 했던 한자 (Hansa) 도시라 그 부유함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있어. 물건의 무게를 재고 값을 매기던 드 와그 (De Waag), 그 시절 무역로였을 강 (아이슬 Ijssel), 교회들, 문의 장식들, 어쩐지 스톡홀름의 구심, 코펜하겐과 마스트릭트도 생각나는 이국적인 건물들 (예를 들어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건물들은 암스테르담에는 드물어). 그리고 드 와그가 있는 꽤 큰 광장에는 레스토랑들이 모여있는데, 야자수가 있어서 마치 네덜란드가 아니라 어느 남유럽에 있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더라.

데이븐터의 길 곳곳에 이런 재미있는 흔적이 남아있어. '성인 얀의 길이었지만 홍등가였던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 다른 길이니 다시 돌아올 것이다' 라는 싯구절이 써있다는군!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날 저녁은 해가 길고 따뜻해서 더 아름답게 느껴졌나봐. 물 가에 앉아 햇볕을 쬐고 이야기하는 행복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거리 곳곳에 멋진 가게도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많아. 빈티지 책방에서 네덜란드 수십 년 된 삽화 책, 네덜란드 17세기 일상화에 대한 책, 오래된 마을의 사진엽서를 기념품 삼아 샀어. 대부분의 아트북이 10유로 미만이라, 책방에 가서 커피 테이블 북을 사느니, 데이븐터에 기차 타고 가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할 정도야. 그리고 옛날의 은행을 개조해서 만든 인테리어 가구 및 소품 가게도 정말 멋졌어. 지하실의 금고를 그대로 살린 디자인도 남다르고, 옥상 테라스는 고딕 교회의 바로 옆이라, 그 모습이 장관이더라.

데이븐터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아침에 먹는 좀 무거운 빵이 유명해. 수백년간 지속한 레시피로 만든 이 케이크 같은 빵을 데이븐터 쿡이라고 불러.

우리가 묵은 숙소랑 레스토랑 추천할게. 정말 만족했거든. 핀치 (Finch)는 구 로테르담은행 사옥을 호텔로 바꾼 건물인데 북유럽 스타일의 아주 깨끗하고 트렌디한 호텔이야. 나무 골조가 보이게 리노베이션 한 옥탑에 묵었는데, 집 같은 분위기가 편하더라.


저녁식사는 운이 좋게도 뉴욕식 레스토랑인 젝키스 (Jackies)에 갔는데, 서비스만큼은 거의 네덜란드 최고 수준이었어. 그리고 음식도 맛있었고.

제키스 레스토랑에서 데이븐터 출신의 웨이트리스가 준 쪽지!

그다음 날, 휴가를 조금 더 연장하고 싶은 마음에 60km 정도 떨어진 또 다른 한자 시티인 캄픈 (Kampen)도 갔거든? 데이븐터의 활기와 특색에 비하면 멋이 없고 볼 게 없다고 느껴지니, 어쩐지 데이븐터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거 같다. 

캄픈도 강을 따라 무역을 했던 곳인데, 마을을 특별하게 하는 가게들이 없고 할인 쇼핑점들이 많아서, 오래된 건물과 풍경에도 불구하고 마력이 덜했어.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기 전, 오래된 베이커리에서 나는 소시지 롤, 남편은 그 지역 특산이라는 아몬드 케이크를 먹은 게 하이라이트였어. 만약 네덜란드식 (영국식하고 같아) 소시지 롤이 먹고 싶다면 유서 깊은 베이커리에서 사 먹기를 바랄게. 훨씬 맛있어!

내가 먹어본 소시지 롤 중 제일 맛있었어. 하지만 아마 두번째 먹어본 게 아닐까 싶네 ㅎㅎ 캄픈에서.

데이븐터로 주말 여행 추천할게. 기차역도 있어서 쉽게 가서 행복하게 지내다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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