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앨 Jan 23. 2022

고추장빵, 사워크라우트 김치전

(나만의) 네덜란드 먹거리 이야기

요새는 요리가 재밌어. 비교적 쉽게 뭔가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 몰입할 수 있어서, 한 주의 일을 마치고 기가 딸리는 주말에도 해볼 만하니까. 그리고 코로나락다운 중에 가장 하기 쉬운 취미랄까?


내가 뭘 만들고 싶을 때 대충 이런 룰이 있어.


1. 여기서 구하기 쉽고, 망해도 (?) 상관없을 것 같은 맛있는 재료를 쓴다

2. 끝에 그 맛이 궁금해진다, 색다를 것 같다

3. 남편도 좋아할 것 같다

4. 쉽다. 대충 때려 넣어도 뭔가 나올 것 같다

5. 여러 나라 재료나 레시피가 섞인 퓨전 시도면 더 재밌다


너무 익숙해져서 구태여 1번부터 5번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그런 막 돼먹은 (?) 요리를 많이 만들어 온 것 같네. 참, 우리 남편은 한국음식, 매운맛 아주 좋아해.


여러 가지 있는 재료로 색다른 걸 시도하다 보니까 '어, 이게 되네?!' 싶은 순간들이 있지. 혼자만 알기 아까운 조합, 레시피 알려줄게! 한국에 있든, 네덜란드나 어느 외국에 있든 재밌게 만들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1. 매운 맛 은은한 막걸리 고추장 빵

사실 의도는, 고추장 넣고 막걸리 (이스트 대신) 넣고 사워도우를 만들려고 했지. 여기 믿을 만한 레시피 링크 공유할게.


https://m.youtube.com/watch?v=TXtp7cpOKyY&list=PLGyO1WPmugvo-ifrjlTrYp0Ljm-g4kOEv&index=13


그런데 막상 하는데, 밀가루가 모자라는 거야...

레시피 비디오를 봐 두고, 막 해보려는 순간 재료가 모자라면, 나중에 재료를 갖춰 하기보다는... 난 그냥 만들어버려! 어차피 고추장 넣으면 비율이 달라질 텐데 뭐 레시피는 가이드라인이다~라는 생각으로... 그래서 진짜 망한 것(이라기 보다는 기대 vs 현실 시리즈)도 많지.

항상 신기한 밀가루 반죽이 발효되는 과정~살아있어~

이번에는 이 비디오 계량의 1/3 단위로 만들고 베이킹파우더 넣고 고추장 큰 2스푼 정도 넣었어.

그리고 구울 때 깨를 얹어 고소하게 해 봤지. 

그런데 나름 잘 나왔어! 고추장의 달달함이 느껴지다가 끝으로 갈수록 은은하게 매운맛이 정말 특별했어. 색깔도 신기한 오렌지색이고, 팔아도 이색 메뉴가 될 거 같아.

빵이라도 거의 반나절에 걸쳐 발효해 사워도우의 기분좋은 시큼한 맛이 나고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싶더라. 깨소금도 빠졌을면 아쉬울 뻔했고.

발효음식+발효음식+발효음식이니까 (막걸리+고추장+사워도우) 말 되지?

(사실 사워도우라기 보다는 빵에 가까웠지만!)

버터/꿀/발사믹 비네가/치즈 (남편은 샌드위치버거) 등등 여러 가지 조합으로 먹어보았는데, 발사믹 비네가 조합이 정말 최고였어. 꿀은 매운맛을 더 이끌어내고, 발사믹 비네가는 감칠맛을 확 당겨주더라.

이건 성공!


2. 네덜란드 마요에 찍어 먹은 사워크라우트 (주어콜 Zuurkool) 김치전

네덜란드식 양배추 피클인 주어콜 (독일어가 사워크라우트 Sauerkraut)을 사두었는데, 봉지도 안 뜯은 채 냉장고에 박혀있었지. 먹을려고 편하게 타파웨어에 옮긴 후 보니, 양이 많다 싶은 거야.

'저 신 것을 언제 다 먹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냉장고 속 재료를 1주일마다 비워야 마음이 개운한 탓에...

사워크라우트에 고춧가루를 부어 김치를 만들어보자는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하게 되었어.

양배추를 피클절임한 주어콜 출처: ah.nl

결론은, 사워크라우트로 김치 만드는 건 실패했는데, 김치전 만드는 건 성공했다는 것!

사실 김장김치도 만들려면 만드는데, 그냥 귀찮고, 사 먹기에는 비싼 데, 또 사도 금방 시어버리거든. 김치냉장고까지 사기는 좀 그래서...

사워크라우트는 더 짜고 시어서, 생각을 따라, 물로 헹구고, 설탕을 치고, 간장, 멸치액젓, 고춧가루를 넣어 김치식 간을 했어. (마늘은 그냥 패스)

복잡하게 들려도 일단 배추가 절여져 있으니, 뭐 대충 간을 치는 건데...순식간에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어버렸지...


그래도, 뭐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꺼진) 오븐 안에 넣어 실온 발효했지. 오븐 안이 따듯한 편이거든. 그리고 냄새나 먼지 걱정도 덜 되고. 그리고 몇 시간 후 들여다보니 효모가 살아서 "뽀글" 하고 거품이 올라오더라! "살아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완전 버리기가 아까워졌어.

그리고 맛도 살짝 덜 텁텁해지고, 발효가 되는 것 같았어.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맛이 (너무) 없어서, 마침 있던 신김치 국물을 넣어서 좀 더 김치가 되라고 주문을 걸어보았지.

하지만 그러고 하루가 지나도 별 차이가 없길래 그냥 그날 전을 부쳐보기로 했네. 뭐 어쨌든 짠 배추전과 김치전의 중간쯤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결과는 대박. 기름에 튀기면 뭐든 맛있어진다는 말이 정말인가봐. 정말 맛있는 김치전이 되었어.

마침 집에 있던 남편이 추천한 네덜란드식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니, 이거 나름 퓨전 요리 아닌가 싶던걸?

망해도 망한 게 아닌 이런 재미에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구나, 싶다. 뭐, 내가 만든 음식이니까 맛없어도 잘, 감사히, 먹으면 되니까 말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