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3시간 일하는 신입사원

하루에 3시간 일하는 신입사원

by 업무자동화Theo

업무자동화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지만 '자동화'라는 개념 자체는 내게 그리 낯설지 않았다.

중학생 때 나는 자동화를 이미 경험했다.


그건 바로,

밤새 사냥을 돌리던 게임.


나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무지 좋아했는데, 캐릭터를 강화하고 어떻게 하면 게임을 더 잘 할지 고민하는게 내게 가장 중요한 태스크였다. 그 중 생각해낸게 내 캐릭터가 자동으로 사냥을 계속해서 할 수 있게 하는 거였다. 그 방법은 바로 공격 키에 500원 짜리 동전을 끼워넣어 키가 계속 눌리게 만든다. 그렇게 해두고 학교에 갔다오면 내 캐릭터는 몬스터를 잔뜩 잡아놓고 레벨업이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게 내 최초의 자동화였다.


사실 매크로 프로그램이라면 어렸을 때 RPG 게임을 했던 친구들은 다 알 거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자동으로 타이밍에 맞게 눌리게 설정해서 알아서 돌아가게 만든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사용했던 이 매크로 프로그램부터 내 일에 적용해봐야겠다'


내 업무는 이전에 말했듯이 단순 반복적인 마우스 클릭, 클릭, 복사, 붙여넣기, 클릭, 클릭의 연속이었다. 이걸 하루종일 천 번 넘게 하는 거였으니, 마우스가 클릭되는 화면 내의 위치값과 키보드를 입력하는 버튼과 타이밍, 이것만 잘 계산하면 되는 거다.


구글과 유튜브를 파기 시작했다.

'업무 자동화', '매크로', '반복 작업 자동화'


업무 자동화와 관련된 자료들이 넘쳐났다. 그 중 내 눈에 들어온 건 '오토핫키(AutoHotKey)'였다.

오토핫키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 클릭, 매크로 등의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이었는데, 온라인 강의도 많고 유튜브 영상도 많았다.


주말 내내 영상을 보며 따라했다.

마우스 클릭 위치를 설정하고, 키보드 입력 타이밍을 넣고, PDF를 첨부해서 메일을 보내는 등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을 한 줄 한 줄 코드로 적었다.


3주가 걸렸다. 나의 첫 자동화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이메일에 PDF를 자동으로 첨부해 지정한 주소로 보내기>


나의 개입은 완전히 최소화하고, 할 수 있는 건 싹 다 자동화했다. 처음에는 마우스 위치를 설정하는 간단한 작업도 낯설고 어려웠지만 막힐 때마다 유튜브와 구글을 뒤졌다.

코드는 조잡했고, 화면도 엉성했지만 내가 원하는 기능을 정확하게 수행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오전 3시간이면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수십 개 업체에 수백 통의 발주서 메일을 보냈던 일이, 이젠 자동화된 스크립트 하나로 끝났다. 오후에 급하게 발주서가 대량으로 쏟아져도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하니 사실상 내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일이 너무 일찍 끝나버려서, 오히려 일 없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하는 척 해야했던 게 새로운 고민이 되어버렸다.


처음엔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짜릿하기도 했다. 그렇게 3달 정도는 꿀을 빨았다. 아침에 3시간만 해놓으면, 오후에는 내내 놀아도 되니까.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또 다시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게 아까웠다.


어느 수요일 오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문서 작업과 메일 작성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놀림에서 기계적이고도 반복적인 리듬이 느껴졌다.


둘러보며 나는 생각했다.

'정확히 어떤 업무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일들도 자동화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 업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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