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자동화 담당자가 되다

by 업무자동화Theo

지금 생각해도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오전 3시간 근무로 꿀을 빤 지 3개월,

남은 시간도 슬슬 지루해지고 있던 2019년 어느 날, 전사 IT 운영팀으로부터 공지가 내려왔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RPA'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됐다. 그런데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 사이에선 몇 년 전부터 도입이 시작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부터 전사적인 업무자동화를 추진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때 사용한 툴이 바로 UiPath였는데, 여담으로 당시 Uipath의 전무가 현대자동차 임원 출신이어서 현차에 영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현차는 Uipath와 협력해 일찍이부터 자동화를 도입할 수 있었던 듯하다.

이제 그 성공 사례를 그룹사에 전파하던 시기였는데, 마침 내가 자동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을 무렵 그 공지가 내려온 것이다.


업무자동화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바로 그 업무를 실제로 매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세부 프로세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어떤 계산이 필요한지, 어떤 이해관계 속에서 어떤 순서로 처리해야 하는지 감각적으로 아는 사람. 바로 실무자다.


그래서 IT 운영팀에서는 각 팀에서 RPA 담당자를 뽑아 자동화할 업무를 조사해서 제출하라고 공지를 냈다. 그런데 누가 하겠는가. 그냥 하던 대로만 해도 연봉 꼬박꼬박 잘 나오는데 말이다.


예상대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현실은 다들 자기 업무하기도 바쁘고 관심도 없는 상황.

그런데 나는 3시간이면 업무가 끝났고 이게 몇 달 지속되니 슬슬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아무리 연기를 해도 일이 없는 건 감출수가 없다. 한번 씩 상사분들이 내 자리로 와서 어깨를 툭 치며, "떼오 씨 뭐해? 일 없나봐~" 하고 가곤 했다)

게다가 당시 나는 승진에 대한 야망이 컸다. 하지만 내세울만한 실력도 성과도 없던 터라 나는 뭐라도 돋보일 기회를 찾고 있었다.


팀장님에게 찾아가 말했다.


"팀장님, 저 이거 하고 싶습니다. 저 시켜주세요."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쪼랭이었다)

팀장님은 말했다. "나는 자기가 먼저 손드는 애는 막지 않아."


1년차가 될 무렵, 나는 우리 팀의 공식 업무자동화 담당자가 되었다.

그렇게 내 커리어를 완전히 바꿔놓은, RPA의 세계로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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