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A 개발, 비전공자인 내가 할 수 있을까

by 업무자동화Theo

어느덧 업무자동화 담당자가 된 지 2년.

실 전체의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어느새 내가 관리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8개가 됐다.


이 때까지 내 역할은 명확했다. '요구사항 정의서'를 잘 정리해 개발팀에 넘기고, 인터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는 것.

자동화 개발은 어디까지나 IT팀의 몫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면, 꼭 바꾸고 싶은 부분이 생겼다. 단계를 더 줄이거나, 더 나은 흐름이 떠오르면 그 방향으로 수정이 필요했다. 개발팀에 자료를 넘기면 자동화가 될 때까지 보통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작은 수정을 반영하려면 개발자 미팅을 잡고, 미팅 결과를 보고서로 쓰고, 승인받고, 일련의 복잡한 프로세스가 또 이어진다. 개발자 분들도 그렇게 응해주는 게 한 두번이지, 그런 자잘한 미팅을 수없이 요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자잘한 수정을 여러번 계속해서 하고 싶었다. 답답한 건 못참는다.


'그냥 내가 직접하면 안 될까.'


입사 전 나는 영상 편집과 VFX 작업을 했었다. 노드 기반 편집 툴에 익숙했기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데 큰 심리적 장벽이 없었다. 당시 파이썬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고, 사내외 강의를 들으며 개발 공부도 꾸준히 해왔다.


'개발, 혼자 한번 해보자'


결심을 한 2021년 8월의 어느 날, 퇴근 후 바로 Uipath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마침 온라인 과정이 오픈되어 있었고, 바로 수강 신청을 해서 기본부터 하나씩 배웠다.

유튜브 인도형들이 올려놓은 영상도 야무지게 봤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고 따라해보며 하나하나 익혀갔다.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내가 필요한 곳에 실제 적용해보는 것!

가장 먼저 손댄 건 평소 좋아하던 게임 '롤(LOL)' 자동 로그인하기


컴퓨터를 키고 → 롤 클라이언트를 실행한 뒤 → 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 로그인 클릭


은근히 귀찮은 이 일을 자동화해보기로 했다. 컴퓨터 전원이 켜지고 5분이 지나면 알아서 롤 로그인이 되게 하는 스크립트를 짰다. 2~3시간이 걸렸고 아주 잘 작동했다. 내가 짠 대로 실행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자신감이 조금 붙었다.

'할 수 있겠는데?'


하지만 회사 업무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져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몇 번 더 실험해보기로 했다. 아내를 소환했다. 아내는 글을 쓰는 일을 했는데, 매뉴얼 및 프로세스를 가독성 있게 문서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머지않아 중단했다.


첫째, 아내의 회사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었고

둘째, 재미 없었다.

내가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려니 도저히 흥미가 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내 업무로 다시 눈을 돌렸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팀 모두를 괴롭히고 있던 업무가 있었는데, 독자가 들으면 충격먹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 그랬으니)


자동차 한 대에는 약 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부품들이 여러개 모여서 만들어진 일부를 제품이라고 하고, 그 제품들이 모여서 자동차가 된다.

따라서 내가 맡은 부품이 어떤 제품과 차종에 들어가는지 아는 게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회사 시스템으로는 이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았다. 이 부품이 어떤 제품에 속하는지, 어떤 차량에 들어가는지 단번에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각 정보들이 각각의 업무 시스템에 분산되어 있어서, 우리는 매번 A시스템, B시스템, C시스템을 들락거리며 3,40분 걸려서 데이터를 다운받고, 그 데이터를 엑셀에서 취합하고 피벗 테이블화 한 후에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그런식으로 조회해야 하는 부품이 천개, 이천개가 넘어간다. 하루종일 다운받고 병합하고 있어도 시간이 모잘랐다.


이것부터 손보고 싶었다. 이 업무는 패턴이 명확하게 있었기에 자동화가 가능할 것 같았다.

'부품 하나를 조회하면 A,B,C 각 시스템에 들어가서 엑셀을 다운받고, 취합하고, 수식 넣고, 양식에 맞게 데이터를 가공한다'


회사 PC에 Uipath 트라이얼 버전을 깔고, 조용히 작업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막혔다. 어떤 시스템은 웹, 어떤 시스템은 SAP으로 접근해야 했다. 로그인 방식부터, 보안 체계, 데이터 구조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유튜브 인도형들, 블로그, 강의를 전전하며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6개월이 걸렸고, 자동화에 성공했다.

<부품-차량 연계 조회 시스템>을 만들었다. (정식 명칭은 비공개)


물론 코드는 엉망이었다. 지금와서 보면 2~3줄로 끝날 일을 열다섯 단계로 나눈 것도 있고, 오류 복구 장치도 없어서 60번째 코드에서 오류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했다.


비록 누더기 코드였지만, 작동은 됐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료시키고 나니, 이 과정에서 Uipath에 대해 감을 제대로 익혔다.


몇 달 뒤, 한 공장에서 화재가 났다. 그 공장에서 생산하던 몇 백개의 부품이 싹 다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우리는 빠르게 판단해야 했다. 해당 부품들이 어디에 들어가는지, 어떤 차량에 영향을 미치는지, 대체가 가능한지 등. (꼭 화재가 아니더라도 이런 변수가 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기존 방식으로는 2~3일 걸릴 일이었다.

나는 이 조회 시스템을 사용해서 30분만에 전 부품을 파악한 뒤, 보고서를 만들어 전달했다.


점점 나는 확신이 들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조금이라도 불편한 반복 업무가 있다면 누구라도 도전해볼 수 있다.

정말 필요한 건 대단한 코딩 실력이 아니라, 바꾸고 싶다는 갈증과 의지가 있으면 된다.


'이걸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해보면 어떨까'


내 머릿속에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다.

자동화에 열의를 보였지만 개발팀이나, IT팀의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했던 분들.

업무 개선이나 꼭 그게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의미있는 일을 찾고있던 분들.


나는 사내 동아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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