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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앤온리 Mar 09. 2023

변비와 글쓰기의 상관관계

 - 또라이의 글쓰기

※주의 : 비위가 약한 분이나 식사를 앞둔 분이나 글쓰기가 껌씹는 것 만큼 쉽다는 분들은 읽지 마시오.


나에게 글쓰기는 배변활동과 같다. 그것도 정상적인 배변활동이 아니라 변비와 같다. 그냥 쉽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글쓰기를 출산에 비유하기도 한다. 쓸 때는 고통스럽지만 진통을 겪으며 다 써서 작품을 내놓고 나서는 행복하고 보람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출산에 비유할 수가 없다. 출산의 고통을 견디며 낳은 아기는 사랑스럽고 행복하다. 그런데 나는 내가 싸질러놓은 글이 사랑스럽지 않다. 냄새나는 것 같고 부끄럽고 숨기고만 싶다. 그런 면에서 나의 작품은 사랑스러운 아기보다는 다시 쳐다보기도 싫은 배설물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지속하는 이유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첫째., 글쓰기를 하면서 나의 솔직한 생각과 부끄러운 내면까지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남의 시선에 비치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글쓰기를 통해 내 자아를 변두리가 아닌 세상의 중심에 놓을 수 있다.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주위 환경과 사람들에게 신경쓰며 하루하루를 바삐 사느라 정작 나 자신을 쉽게 잊어버린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내가 어떤 순간을 살아가고 있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점검할 수 있다.


셋째 배를 비워야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듯이 글을 쓰며 머릿속을 비워내야 새로운 것들을 머리에 다시 채울 수 있다. 이건 아마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속하지 않으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배변활동처럼 정신 건강을 위해 글쓰기를 지속한다. 글을 진지하게 쓰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멈추면 안된다는 것을 안다.


고통스런 변비를 상쾌한 배변활동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 식단 관리, 꾸준한 운동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통의 글쓰기를 즐거운 작업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충분한 독서, 언어 공부, 꾸준한 글쓰기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건 이미 다 알고 있다. 실천만 하면 된다. 다만 참을 수 없는 나태의 무거움이 나를 지속적인 변비로 몰아가고 있을 뿐이다.


부디 몸에 나쁜 패스트푸드와 같은 게으름을 끊어내 변비를 극복하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변기같이 딱딱한 책상의자에 앉아 이번 배설물을 마무리해본다.




그림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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