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 명사.생각이 모자라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고려대 한국어 대사전)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어렸을 때부터 뭔지 모르게 나는 남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커서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친구들로부터도 좀 별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하면서 그것이 문제 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조금 달랐다. 늘 하던 대로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때가 많았다. 성당 청년부를 처음 나가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해도 모자랄 종교단체에서 나를 배척하는 그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신입사원 때 선배 직원들이 나를 특이한 사람 취급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세대차이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해외유학 후 경력입사하고서 독특한 사람 취급당할 때도 있었다. 그때도 오랜 해외생활 후 귀국이라 적응을 못해서 그렇게 보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뭔가 찜찜했다. 속시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7~8년 전쯤엔가 어느 날 같은 팀 팀원이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정색하며 말했다.
“설마 본인이 또라이인 것을 모르는 건 아니죠?”
“예? 제가요?”라며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런데 기분이 상할 만도 한 그 말에,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엔 몰랐었던 나의 정체성을 비로소 발견한 느낌이었다. ‘아하! 내가 또라이였구나! 그래서 지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대했었구나!’라는 깨달음이 왔다고나 할까. 오랫동안 궁금해왔지만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를 이제야 풀은 듯한 후련함이었다.
지난 직장생활을 곰곰이 되짚어보니, ‘또라이였기 때문에 그랬었구나’, 혹은 ‘그렇게 행동하다니 또라이가 맞았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나의 과거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렇게 또라이로 살았어도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잘 해냈다. (적어도 나는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를 상대했던 내 주변의 사람들도 평안히 잘 지냈는지는 모르겠다.) 한걸음 떨어져서 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이런 또라이가 직장생활을 버젓이 해냈다는 게 신기했다.
이번 글 시리즈에서는 또라이 같았던 나의 직장생활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이런 또라이도 10여 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냈으니, 이 글을 읽을 직장인 여러분들도 해낼 수 있다고 용기를 드리고 싶다. 부끄러웠던 과거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내는 작업이라서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나의 글들을 보며 용기를 얻으실, 혹은 그냥 피식 웃기라도 하실 독자를 생각하며 두려움을 이겨내 본다. 그리고 그간 나의 또라이짓 때문에 힘들었거나 심지어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께 사과드리는 마음에서라도 지난 과오를 낱낱이 들춰내 글로 남겨 볼 예정이다.
혀를 끌끌 차며 읽게 될 또라이의 기억 속으로 들어오실 여러분께 심심한 환영인사를 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