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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앤온리 Dec 02. 2022

네 번의 맞선을 보다

 - 취업 면접 썰


소지품팅, 쪽지팅, 앙케이트팅 등 그 당시 대학생 때 많이 하 미팅이나 맞선을 나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학부 생활을 마무리하고 취업을 했던 에는 여러 번의 맞선을 보았다. 무슨 맞선이냐고? 이제부터 들어보시라.



   여름 졸업을 하던 해 가을, 수시전형으로 국내 대기업 A에 입사했다. A사 입사 전, 서류 지원하고 면접까지 진행했던 회사는 총 3개였다. 증권회사, 컨벤션센터, 국책은행이었다. 당시 경영학과 출신이라면 누구나 ‘안전빵’으로 증권회사 한 곳씩은 지원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나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였으므로 증권회사 한 군데를 지원했다. 국책은행은 국내 은행들 중에서도 뭔가 위엄 있어 보여서 지원했다. 컨벤션센터에 지원한 이유는 뒤에 설명하겠다.



   그중 가장 먼저 합격한 은 증권회사였다. 최종 면접을 마치고 얼마 뒤 그 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로 직접 합격 소식을 전해준 것이었다.


 “축하합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본인이 합격한 것처럼 들뜨고 기쁜 목소리였다. 그러나 나는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사무라이처럼 대답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입사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상대방은 뒤통수를 맞은 듯 엄청 당황해하며 다른 어느 회사를 대신 택했냐고 물었다. “저 다른 합격한 곳은 아직 하나도 없는데요?”라고 답했더니 상대방은 황당해하며 전화를 끊었다. 막상 증권회사에 합격했다는 말을 들으니 기쁨보다는 착잡함이 몰려왔다. 사실 면접 보러 가면서부터도  일이 정말로 재미있을 것인가 의구심 들었다. 그래서 다른 어느 곳 하나 합격한 곳 없으면서 배짱을 부렸다.



   이후 컨벤션센터는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사실 지원한 세 곳 중에서는 컨벤션센터 마케팅팀이 제일 가고 싶었다. 그곳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곳은 국내 대표적인 컨벤션센터로서, 내가 좋아하는 공연과 전시가 주요 업무인 곳이다. 또한 쇼핑몰, 영화관, 대형서점, 식당 등 모여 있어서 젊은이들이 놀기에 좋은 곳이었다.  이쯤 되면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맞다. 당시 나의 회사 선택 기준의 1순위는 ‘재미’였다. 거창한 비전을 가지고 일을 하겠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모든 회사에서 면접 시 물어보는 비전, 그놈의 비전이란 게 정의가 뭔지도 도통 알 수 없던 때였다. 그저 출근할 회사의 건물이 크고 멋지게 생겼는지, 할 일이 재미가 있을 것인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그렇게 원했던 곳에서 탈락했다. 이유를 알 수도 없었다. 흥. 나 싫다는 남자에게 질척거리지 않듯이 나는 쿨하게 그 회사를 잊었다. 그 뒤로 한동안 그 쇼핑몰, 영화관, 서점엔 발도 들이지 않았지만.



   컨벤션센터에서 탈락한 뒤 마지막 남은 국책은행에서는 최종 임원면접에서 떨어졌다. 최종 면접 시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지방으로 발령이 날 수 있는데 가족을 두고 혼자만 지방으로 발령나도 괜찮겠습니까?"


 당시 나는 오랫동안 독신주의로 살아왔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결혼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질문 임원분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면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다. 여성 지원자들은 다들 면접 볼 때는 결혼 안 한다고 거짓말해놓구서 나중에 결혼하고 지방으로 안 간다고 떼쓰곤 한다고 했다. 기분이 매우 나빴다. 여성 지원자들을 통으로 싸잡아 욕하는 발언에 화가 났고, 진심을 말한 것인데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에 화가 났다. 그렇다면 거기서 뭐라고 했어야 합격시켰을 것인가? 결혼해서도 남편과 아이들 다 버리고 홀로 지방으로 발령나면 너무 행복할 것이라고? (지금 생각하면 행복할 것 같다만...ㅎㅎ)  물론 나중에서야 이런 것이 압박면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하튼 그 순간 마음을 정했다. 이런 임원이 있는 회사라면 나와는 맞지 않으니 합격해도 당당하게 가지 않겠노라고 말이다. 물론 그 은행은 보기 좋게 떨어졌다.



   세 군데를 면접보고 나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입사전형의 면접이라는 것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나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면접은 나 또한 이 회사가 나와 맞는 곳일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일종의 맞선을 보는 자리라고나 할까. 따라서 그 회사에 붙기 위해 면접에서 굳이 내가 아닌 나로 포장해서 거짓으로 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어야 이 회사와 나와의 케미스트리가 맞는지 서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면접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꼭 내가 열등하고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서로 잘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를 파악해서 나의 잘못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겠지만,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나 자신을 비하하거나 좌절하지는 않기로 했다. 물론 이것은 아주 과거의 일이고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시기에는 맞선보듯이 회사를 고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필요이상으로 자기비하에 빠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나와 궁합이 잘 맞을 회사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바란다.



   결국 최종 입사하게 된 A사는 친구의 소개로 들어갔다. A사를 다니는 친구에게 A사는 재미있냐고 물어보니 재미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본인이 알고 있는  부장님을 소개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 부장님과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한번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은 인사팀장님이고 그 식사자리는 면접 자리였다. 맛있는 것 사길래 나가서 아무 부담 없이 까불대며 웃고 즐기다가 왔는데 나는 그렇게 A사에 합격했다. 운이 매우 좋아서 붙은 것이 맞지만, 이 맞선 자리에서는 서로 궁합이 잘 맞았던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재미있게 일했냐고? 그건 아직 비밀이다. 궁금하면 다음 편을 기다려 보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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