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앙 다문 입술

- 북클럽에 회의적인 참가자를 만났을 때

by 북멘토 임작가

북클럽을 진행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을 만나게 되어요. 어떤 참가자들은 책을 다 읽고 오고, 책과 관련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반짝이는 두 눈에 가득 담아와요. 어떤 참가자들은 책을 다 읽지 못한 불안감이나 죄책감을 푹 떨군 뒤통수에 담아 온답니다. 어떤 참가자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았는데 회사가 시켜서 강제로 하는 북클럽에 대한 불만을 굳게 앙 다문 입술에 담아 오지요. 북클럽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가장 신경이 쓰이는 사람들은 마지막 유형, 북클럽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입니다.


한 번은, 새로운 조직을 대상으로 북클럽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시작하기 전, 이번 조직의 사람들은 회사가 시켜서 하는 북클럽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고 전해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북클럽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북클럽 내내 별로 참여하지 않고 호응하지 않아도 상심하지는 말라는 주의사항까지 받았지요.


그렇게 사전 주의를 받고 북클럽 장소에 도착해 참석자들이 모두 입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나둘씩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에, 그가 입장하는 것이 보였어요. 그가 매고 있는 이름표를 보고 알아보았지만, 이름표가 없어도 알아챌 수 있었어요. 앙 다문 입술과 함께 한껏 굳은 그의 표정 덕분이었죠. 그는 북클럽 시작 전까지 시종일관 같은 표정으로 앉아있었어요.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면서, 진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주눅이 들 뻔했어요.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지요. 오늘 참석자들은 그를 빼고도 거의 30여 명. 그 한 명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에게 재미없는 북클럽을 경험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힘내서 오늘도 재미있게 진행해 보자. 그 한 명이 아니라 나머지 29명에 더 집중해 보자. 그에게는 큰 것 바라지 말고, 그저 단 한 번의 웃는 표정만 뽑아내보자.


그렇게 목표를 새우고 북클럽을 더욱 신나게 진행했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기대한 바를 크게 넘어서는 결과를 얻었어요. 그가 한 번이 아니라 적어도 세네 번 이상 웃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목표를 세배 이상 달성한 것이지요! 그의 웃는 표정을 보니 더 힘이 나서 신나게 북클럽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북클럽을 진행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처음에는 회의적이다가 점점 북클럽에 녹아드는 참가자의 모습을 볼 때에요. 물론 북클럽에서 세네 번 웃었다고 해서 갑자기 북클럽에 호의적으로 변했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제 북클럽에서는 참가자들 모두가 무엇 하나라도 얻어갔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에요. 교훈이든, 자극이든, 성찰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에요. 귀한 시간을 내서 와주었으니, 무엇 하나라도 얻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들의 시간에 대한 보답일 테니까요.


그날은 그가 적어도 '웃음'을 얻어갔다고 생각해요. 정신없이 일하는 하루 중, 잠시 일 생각을 잊고 웃을 수 있는 순간 말이에요. 북클럽 내내 불만에 차서 앉아있는 것보다는 웃음이라도 얻어가는 것이 다행이지 않을까요.


그 이후로 그가 참여하는 북클럽을 여러 번 진행했고, 다행히 그가 큰 불만을 제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가장 최근 진행한 북클럽에서는 그로부터 이런 피드백도 받았답니다.


많은 성찰과 반성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라마틱한 내용도 아니고 비록 짧은 글이었지만, 그날 받은 어느 피드백보다 보람을 느끼게 하는 두 문장이었어요. 굳게 앙 다문 입술을 부드럽게 풀어준 웃음 말고도 그가 얻어가는 것이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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