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은 제 것이 아니에요

- 북클럽 진행자와 참가자들 간의 상호작용

by 북멘토 임작가

수액을 맞았어요. 여름 감기가 걸렸는데 몸이 꽤 쑤시고 아팠거든요. 평소 같았으면 병원에 안 가고 며칠 잘 쉬고 나았을 거예요. 그러나 문제는 쉴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죠. 당장 다음, 그다음 날에도 연이어 북클럽이 잡혀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막판까지도 북클럽 자료를 고쳐야 했고, 수백 개의 북클럽 사전과제들도 점검했어야 했어요. 때문에 빠른 컨디션 회복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문 여는 병원을 찾아가 소염진통제 수액까지 맞고 왔지요.


특히 바로 다음날부터 잡혀있는 북클럽은 기존과는 다르게 규모가 큰 행사였어요. 해당 회사의 중요한 일을 축하하는 행사의 메인 코너가 북클럽이었거든요. 이틀간 열리는 북클럽의 참석자를 다 합치면 300명도 넘는 행사였어요. 그래서 한 달 전부터 준비를 꼼꼼히 했어요. 그런데 아파서 진행을 못하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찔했어요.


제일 큰 문제는 목소리였어요.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데다가, 목이 자꾸 잠겨서 은쟁반에 거친 돌덩이가 굴러가는 소리가 났어요. 북클럽 진행할 때 몸이 아픈 거야 어떻게든 숨길 수 있지만 목소리는 숨길 수가 없어요. 듣는 사람들에게 이런 목소리를 들려주는 건 민폐라고 생각되었어요. 한마디로 비상상황이었죠. 그래서 수액을 맞은 뒤로 집에서 아예 말을 안 하고 목을 보호했어요. 약을 독하게 먹고 따뜻한 물도 수시로 마셨어요.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드디어 북클럽 날이 되었어요. 아침부터 말 한마디 안 하다가 북클럽 장소에 도착해서야 준비 스탭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목소리를 켰어요. 목소리가 여전히 거친 소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거친 소리는 없어지고 코맹맹이 소리만 났어요. 그래도 최대한 아픈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어요. 주최 측에 걱정을 끼쳐주고 싶지 않아서였죠. 하지만 티가 났는지 회사 스탭 중 한 명이 물었어요.


"감기 걸리셨어요?"


잘못한 일을 걸린 것처럼 깜짝 놀랐지만 얼른 웃으며 대답했어요.


"네. 근데 심하지는 않아요."


다행히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 그냥 넘어갔어요. 그때부터 집에서 챙겨 온 보온병을 옆에 두고 따뜻한 물로 목을 계속 적셨어요. 평소 같으면 북클럽 시작 전에 커피를 꼭 마시지만 목에 안 좋을까 봐 그날은 먹지 않았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커피를 먹지 않아도 머리는 아주 멀쩡하고 맑았다는 점이에요. 감기기운을 이겨내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정신을 각성시킨 것 같아요. 그동안 커피에 의존했던 게 정신력 부족이었나 싶어 새삼 반성이 될 정도였지요.


그렇게 정신줄 꼭 붙잡고 이틀에 연이은 행사를 무사히 마쳤어요. 막상 북클럽을 시작하고 무대에 오르니, 저를 쳐다보는 참가자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기운이 막 났어요. 집중하기도 하고 서로 열띤 토론도 나누는 그들의 열정이 저를 일으켜 세워주는 느낌이었어요. 평소보다 많은 참가자 수 덕에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지요.


북클럽 중간중간 활짝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사람들, 제가 이야기할 때 저에게 집중하는 수백 개의 눈초리들, 쉬는 시간에 일부러 저에게 다가와 인사하는 사람들, 발표하러 앞에 나와 떨리는데도 불구하고 소신 있게 발표하는 사람들. 그런 모습들이 저에게 힘을 북돋워주었고, 제가 아프다는 것을 순간 잊어버리게 해 주었어요.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몸이 아프면 일부러라도 티를 내었어요. "저 아프니 건드리지 마세요~"이런 신호를 팍팍 주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북클럽 일은 몸이 아파도 아픈 티를 내면 안 되어요. 참가자들에게 제 불편한 모습이 눈에 거슬리면 그들의 집중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텐션 높이고 에너지를 뿜뿜 쏟아내야 참가자들도 더욱 북클럽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번 북클럽을 진행하면서는 저만 참가자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저에게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진행자로부터 참가자에게 일방적으로 기운이 흘러가는 게 아니었어요. 진행자와 참석자 모두가 한 몸처럼 엮어져 서로의 좋은 기운들을 주고받는 유기체라는 것을 몸소 느낀 것이지요.


언젠가 저의 스승님이 했던 말이 있어요.


"아프면 안 돼. 진행자에게는 자기관리도 능력이야."


이제 그 말 뜻을 정확히 알 것 같아요. 북클럽 하는 동안만큼은 제 몸은 제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참가자들과의 역동적인 에너지 선순환이 시작되려면 우선 저부터 최상의 컨디션으로 짱짱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제 자신이 아니라 북클럽 참가자들을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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