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같은 북클럽

- 도서 『제로투원』으로 북클럽을 진행하다

by 북멘토 임작가

북클럽을 진행할 때 대부분은 북클럽을 의뢰한 회사에서 책을 정해주어요. 그런데 가끔은 진행하기 좀 까다로운 책을 만날 때가 있어요. 그중 하나가 『제로투원』이라는 책이었어요. 그 책으로 북클럽을 해달라고 의뢰를 받자마자 '이거 큰일 났네!'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이건 뭐 거의 '미션 임파서블' 수준인데! 하는 당혹스러움이 찾아왔지요.


이 책은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인 벤처 투자자 피터 틸이 쓴 것으로, 그 자체로는 정말 훌륭한 책이에요. 페이팔 마피아란 유튜브, 링크드인, 스페이스X 등 실리콘밸리에서 엄청난 회사를 탄생시킨 사람들의 집단이에요. 이 책은 그런 뛰어난 회사들처럼, 어떻게 해야 창업으로 성공한 회사를 일으킬 수 있는지 사례, 경험, 지혜를 풀어놓은 책이에요.


그러나 문제는, 이번 북클럽 참가자들은 창업을 할 사람들이 아니라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었어요. 책에서는 처음부터 줄기차게 기존의 통념을 따르지 말고 '독점적인 아이템'으로 창업해서 성공하라고 이야기해요. 그러니 북클럽 참가자들은 이 책을 읽자마자 이런 생각을 할 거예요. '엥? 이게 뭐지? 우리더러 지금 회사를 관두고 창업하란 이야기인가? 왜 회사에서 이런 책을 읽으라고 하지?' 라고 말이에요. 이런 반감을 가진채 북클럽에 참석해서 삐딱하게만 참여한다면 정말 낭패지요.


그 때문에 이번 북클럽을 준비하며 저는 두 가지 미션에 초점을 두었어요. 첫 번째, 퇴사하고 창업할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와 전혀 상관없다고 느낄 책에 대한 참가자들의 반감이나 저항심을 낮추는 것. 두 번째, 책 내용을 창업자가 아닌 참가자들의 상황과 업무에 접목시켜서 무엇이라도 생각하고 얻어갈 수 있게 할 것. 이 두 가지였지요. 이 미션들을 해결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며 진행 내용을 준비해야 했어요.


첫 번째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철저히 참가자들의 마음이 되어보았어요. 저도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기에, 이번 북클럽 참가자들의 처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최대한 그들의 마음에서 이 책에 대해 생길 수 있는 반감들을 떠올렸어요. "뭐야, 이 책 읽고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야?" "우리더러 지금 퇴사를 하란 말이야?" "나는 평생 창업할 생각이 없는데?" "이런 책은 전혀 나랑 상관없는데?" 등등 말이에요. 그러고 나서 고민해 보니, 이런 생각들은 모두 이 책이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책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책의 내용은 저자가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야."라고 1인칭 시점으로 받아들이면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말이에요.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 북클럽은 3인칭 시점으로 진행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즉, 저자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다른 창업자들에게 하는 소리를 제 3자인 내가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북클럽 진행 시에, 책에 나오지 않은 저자에 대해 부연 설명을 많이 해주었어요. 저자는 어떤 백그라운드로, 어떤 과정을 통해 성공했기 때문에 이런 주장들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는데 초점을 둔 것이지요. 다음으로는 페이팔 마피아 일원들이 성공한 과정이 책의 내용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연관시켜 설명했어요. 마치 실리콘밸리의 성공의 역사를 설명하듯이 말이에요. 덕분에 참가자들은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로서 책의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책이 직접 나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므로 자연히 퇴사와 창업의 압박을 벗어버렸고, 많은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와 저자에 대해 배우고 상식을 넓히는 시간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했어요. 참가자들은 단순히 상식만 넓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업무에 적용할 만한 점을 얻어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것이 바로, 회사가 비용을 들여가며 북클럽을 진행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앞서 말한 두 번째 미션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를 위해, 이번에는 참가자들이 아닌 회사 경영자의 마음이 되어보았어요. 내가 경영자라면 우리 직원들이 이 북클럽을 통해 무엇을 얻어가면 좋을까를 고민했지요.


당연히 회사는 직원들이 이 책을 읽고 퇴사하기를 바라지 않겠지요. 북클럽을 통해 그들의 소양이 넓어지고 성장하기를 바랄 것이에요. 그래서 북클럽 참가자들이 창업자가 아닌 일반 사무직 직원으로서 책으로부터 얻어갈 점을 분석해 보았어요. 그런 관점으로 책을 여러 번 읽자,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책에서는 남들 하는 것을 따라 비슷하게 하면서 의미 없는 경쟁을 하지 말고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독점'하라는 내용을 강조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식으로 북클럽을 진행했어요. 일반 사무직을 하는 직원들도 자신의 업무를 아무 고민 없이 기존 방식 그대로 따라서 비슷하게 하면서 전임자들과 경쟁하지 말라고요. 자신이 맡은 업무를 기존과 다르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선할 점은 없는지 고민하면서 해야 내 업무를 '독점'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요.


이렇게 진행하자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앉아있던 참석자들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조별논의에서는 사람들이 책에 대한 반감을 좀 내려놓고 각자의 업무에 접목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목격했어요. 자신이 늘 하던 업무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해 보게 된 것이지요. 조별논의를 마치고 몇몇 참가자들이 그날 느끼고 깨달은 바를 발표한 뒤에 북클럽을 마무리를 했어요. 그날 발표했던 이야기들 중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이것이었어요.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일했었는데 오늘 북클럽을 하고 나니 제 업무를 '독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영상 서비스'라 하면 사람들이 다들 '유튜브'를 떠올리듯이, '000 업무'라 하면 회사 사람들이 다 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사람들이 제 이름을 말하며 "ooo이 처리하면 그 일은 확실해!"라고 할 수 있도록 일해야겠어요."

발표자들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받은 소감문을 보니, 다행히 이번에도 성찰하고 얻어가는 북클럽이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어요. 엄청난 우려로 시작한, 자칫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뻔한 북클럽이었지만 잘 마치고 나니 무사히 미션을 완료한 듯한 안도감이 들었어요. 영화 '미션 임파서블'도 1편만 나온 것이 아니라 시리즈로 여러 개가 나왔듯이 다음에도 또 어떤 미션 임파서블 같은 북클럽 책이 찾아올지 살짝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또 그때 가서 고민해 보렵니다. 지금은 미션 완료 뒤 달콤한 휴식을 잠시 즐겨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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