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네 잎 클로버
- 북클럽 참가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받을 때
어느 북클럽 날이었어요. 북클럽을 시작하기 전에 한 참석자가 다가왔어요.
"작가님, 저 북클럽 진짜 좋아해요. 그런데 오늘은 너무 바쁜 업무가 있어서 북클럽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중간에 먼저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 오늘 책도 다 읽었고요, 이렇게 좋은 부분 필사까지 다 했어요. 진짜예요. 제 마음 알아주세요."
그녀가 이야기하며 내민 A4 종이에는 그녀 말대로 그날 진행하는 책의 여러 문구들이 타이핑되어 있었어요. 평소 조용조용한 성격이던 그녀는 환한 미소로, 그러나 아쉬운 눈빛으로 말을 하고 있었어요. 바쁘면 아예 처음부터 불참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중간에 나갈지언정 그래도 참석은 하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빛났어요. 저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중간에 나가도 되었을 텐데 굳이 찾아와서 문구 출력한 종이까지 내보이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눈부시게 사랑스럽고 고마웠어요.
또 다른 북클럽에서의 일이에요. 평소처럼 북클럽을 잘 마치고 떠나는 사람들 배웅을 하고 있는데, 서둘러 떠나는 사람들과 달리 한 참가자가 제게 다가왔어요. 그리고는 무언가를 내밀었어요.
"작가님~ 이것 받으세요. 네 잎 클로버예요."
수줍게 내미는 그녀의 손에 작은 노란색 봉투가 놓여있었어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어서 웃으며 다시 물었어요.
"네 잎 클로버요? 이거 뭐 행운의 편지 그런 거예요? 제가 또 7명에게 보내야 하나요? ㅎㅎ”
"아니에요~진짜 네 잎 클로버예요. 제가 작가님께 드리려고 가져온 거예요."
우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그녀를 돌려보낸 뒤 소감문 읽고 뒷정리를 하느라 봉투를 그 자리에서 열어보진 못했어요. 그리고는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야 봉투를 꺼냈어요. 그 안에는 예쁜 네 잎 클로버 코팅된 것이 들어있었어요. 진짜 네 잎 클로버였어요.
순간 행운의 편지냐고 농을 던졌던 것이 너무 미안해졌어요. 그녀가 순수한 마음으로 내민 그 손길에다가 그런 망언을 했다니! 동시에 너무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고였어요. 저를 생각해서 미리 준비해 와서 이렇게 소중한 것을 선물해 주다니요!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왔어요.
그 외에도 행사 종료 후 바로 떠나지 않고 찾아와서 개인적으로 핸드크림을 선물해 주는 참가자,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고 손을 잡고 인사해 주는 참가자 등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이들을 만날 때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되어요. 제가 뭐라고 저에게 이렇게 따뜻한 마음들을 표현해 주는 걸까요. 제가 진행한 북클럽이 그들에게 싫지는 않았나 보다 싶어서 뿌듯하고 보람 있어요.
가끔 유명 연예인이 인터뷰할 때 이런 비슷한 말들을 하곤 하지요.
"아무것도 아닌 저에게 사랑을 표현해 주고 시간과 노력을 써주는 팬들에게 정말로 감사해요. 그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을 때는 그러려니 했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북클럽 참가자들이 저의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그들의 마음을 전해올 때마다 비슷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정말 감사하면서도,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열심히 준비해서 진행해야겠다는 마음도 들구요.
북클럽 진행자란 그저 그들보다 조금 먼저, 조금 더 여러 번 책을 읽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저 그들보다 조금 더 뻔뻔해서, 사람들 앞에서 말문을 틔워주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 외에는 그들과 하나 다를 바 없고 오히려 부족한 점이 많은 인간일 뿐인데 그렇게 마음 담은 인사부터 선물까지 전달받다니… 생각할수록 북클럽 진행자라는 일이 세상 최고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황송하면서도 가슴속이 따뜻해지면서,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든 행복감이 일렁여요.
이런 사랑을 받을 때마다 여기저기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을 만큼 기뻐요. 하지만 그렇게 자랑하고 다니면 '연예인병 걸렸다!'는 핀잔을 들을까 봐 조용히 이곳에서만 살포시 자랑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