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한 느낌을 받은 날

- 북클럽을 진행하며 얻은 교훈

by 북멘토 임작가


북클럽 참가자들의 자리 중 맨 앞 줄은 보통 사람들이 기피하는 자리예요. 그중에서도 가운데 자리는 다들 더욱 부담스러워하지요. 그래서 북클럽 당일날 뒷자리를 선점하려고 일부러 일찍 와서 자리를 맡아놓는 참석자들이 많아요. 맨 앞 줄 정 가운데는 거의 마지막에야 차는 자리고요. 그런데 딱 그 자리에 앉은 참석자가 유독 눈에 띄었던 날이 있었어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참석자들은 두 줄의 부채꼴 모양으로 놓인 의자들에 각자 자리 잡고 앞을 바라보고 앉아있었어요. 참석자들을 마주 보고 앞에 서서 북클럽 오프닝을 시작했는데 맨 앞줄 가운데, 그러니까 제 바로 코앞에 앉은 한 참가자가 처음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잘못 봤나 했어요. 북클럽이 시작한 지 5분도 안 됐는데 벌써 잘 수가 있나 싶었거든요. 그것도 맨 앞줄에서요. 그런데 너무 바로 앞에서 자고 있으니 잘못 볼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졸다가 나중엔 아예 잠에 빠져든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잠든 모습을 보고 당황스럽다가 이내 기분이 안 좋아졌어요. 북클럽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뒤 졸았다면 제 진행이 재미없어서 그럴 테니 제 잘못이라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졸다가 잠든 모습을 보니, 저를 얼마나 무시하면 이렇게 맨 앞자리에서 처음부터 대놓고 잘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기분이 북클럽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되기에 티를 내지 않고 더욱 에너지를 끌어모아 큰 목소리로 진행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깨어나질 않았어요. 계속 그렇게 자는 모습을 보니 점점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렇게까지 계속 자는 걸 보니 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뭔가 그녀만의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북클럽이 재미없어도, 아무리 저를 무시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부러 그렇게 계속 잘 수는 없을 것 같았거든요.


‘혹시 저분이 어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밤을 새우셨나? 아니면 오늘 몸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신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저렇게 힘들어할 정도면 혹시 정말 많이 아픈 게 아닐까 싶어서요.


북클럽이 끝나고 나중에서야 그녀의 스토리를 듣게 되었어요. 그녀는 그날 독감 판정을 받았대요. 독감 증상이 있었는데 독감인줄도 모르고 병원 대신 북클럽에 왔던 거였어요. 몸이 안 좋았는데도 무리해서 북클럽에 참여했고, 컨디션이 갑자기 확 나빠져서 그렇게 잤던 것이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바로 미안한 감정이 솟구쳤어요. 아픈 몸으로 와서 힘껏 버티고 앉아있어 준 그녀에게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잠시나마 무시당했다고 혼자 착각하고 기분 나빠했다니!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그녀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그 다음번 북클럽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보자마자 얼른 물었어요.


"그때 몸이 많이 안 좋으셨다면서요? 지금은 좀 괜찮으세요?"

그러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네, 이제 다 나았어요. 그때는 정말 죄송했어요. 너무 졸기만 해서요. 작가님 앞에서 계속 졸고 있었잖아요. ㅎㅎ"


그녀는 웃으며 사과했지만 사과받을 사람은 제가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어요. 아픈 몸을 이끌고 북클럽에 와준 것도 고마운데 저 혼자 오해했으니까요.


그날 다시 한번 배웠어요. 보이는 것, 들리는 것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요.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어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지요. 북클럽에서 조는 사람도, 발표를 거부하는 사람도,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아직도 가끔 잘 알 수 없는 태도를 보이는 참석자들을 마주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파서 졸던 그녀를 떠올려요. 그리고 속으로 되뇌어요. '이 사람의 속사정과 이유를 모르잖아.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혹시 힘든 일이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라고요.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북클럽을 진행하며 배운 또 하나의 교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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