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펑펑

- 마법 같은 유대의 순간

by 북멘토 임작가

지난 북클럽을 회상해 보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몇몇 장면들이 있어요. 준비된 퀴즈를 맞히겠다고 참석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손을 번쩍 드는 장면, 조별논의를 하면서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지 조원들 모두 박장대소하며 손뼉 치는 장면, 발표하기 싫다며 발표시간만 되면 모이 쪼는 새들처럼 다들 고개를 숙이는 장면 등등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하게 기억되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북클럽을 시작했던 초창기 이야기예요. 각기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참가자들 20~30명을 한 곳에 모이게 하고 북클럽을 진행하려니, 참가자들 사이에 서먹함이 가득했어요. 업무적으로 별로 만날 일이 없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낯가림하는 분위기였어요. 연령대도 다양해서, 연배가 있는 선배들은 젊은 후배를 어려워하고, 후배는 후배들대로 선배들을 어려워하는 분위기도 있었어요.


지금이야 오랫동안 같은 참가자들끼리 북클럽을 진행해 오며 많이 친해졌지만, 북클럽 처음 시작하던 당시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참가자들 간의 서먹함과 어색함을 풀어주는 것이 주된 미션이었어요.


하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단돈 23만 원으로 창업해서 나중에 큰 성공을 이룬 스토리를 담은 책으로 북클럽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참가자들 간 어색함을 빠르게 풀고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서로에게 서로를 조금 노출하게 하자는 결론을 냈어요.


그날 토론하기로 한 책의 내용을 응용하기로 했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까지 피눈물 나는 절실함으로 저자가 노력한 내용이 책의 주된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북클럽 진행 당일 참가자들에게도 물었어요.


“여러분들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책의 저자처럼 그렇게 절실하게 노력했던 경험이 있으셨나요?”


자신의 과거 삶을 회상해 보고 그중 하나의 에피소드만 사람들에게 공유하며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게 하려는 단순한 의도였어요. 그런데 그 질문 하나가 그날의 북클럽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어요.


이 질문 하나에 대해 발표자들은 각기 자신의 영화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했어요. 겉보기에는 너무나 평안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은 이들이었는데, 하나같이 고생한 경험들을 다 가지고 있었어요. 인생을 좀 더 오래 산 30-40대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젊디 젊은 20대 참가자들도 말이에요.


어려웠던 가정형편 이야기부터, 전 직장에서 고통받던 이야기, 마음 아픈 가족 이야기 등 다시 떠올리기 힘들었을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이렇게 본인이 절실하게 매달리고 고생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은 솟구치는 눈물을 참아내지 못했어요. 발표하는 이의 눈물을 보며, 앉아서 듣고 있던 다른 참석자들도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지요.


아주 친한 친구사이였어도 좀처럼 꺼내기 힘들었을 이야기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 마치 어떤 마법이라도 작용한 것처럼 참석자들은 용기를 내어 마음속 깊이 꾹꾹 넣어두었던 아픈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그 순간들을 회상하는 지금 이 순간 저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힐 정도로 절절한 이야기들이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끌어낸 발표자를 보고 가만히 앉아 듣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눈물 훔치며 발표자를 안아주며 위로했어요. 정말 힘들었겠다고요. 그날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도요. 평소 교류가 거의 없었던 참석자들끼리도 서로 부둥켜안고 쓰다듬으며 함께 울고 위로하기 시작했어요. 그날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발표하는 내내 그런 분위기가 지속되었어요.


발표하는 사람도 용기를 끌어모아 한 단어 한 단어 정성스레 이야기했고, 듣는 사람들도 온몸과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들어주었어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들이 다 보석같이 소중하게 전달되는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서로 자신을 드러내고 경청하고 감정이입하며 위로하는 시간 동안 그들의 마음의 벽은 사르르 녹아내렸어요. 그날 북클럽을 다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 중에는 감정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채 저의 손을 잡으며, 오늘 이런 시간을 만들어주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날은 북클럽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특별한 시간을 보낸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때의 북클럽 장면들이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그저 남남일 뿐이었던 사람들이 하나로 마음의 유대를 이루는 시간, 그 마법같이 특별했던 시간은 앞으로도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의 영화가 중간은 비록 역경 스토리였어도 마지막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길 빌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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