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 - (2)
밖은 예상보다는 시원한 편이었다. 대기하고 있는 벤을 향해 호텔 입구를 나서서 걸어가는 동안 쨍한 햇빛이 쏘아댔다. 한국에서 만큼 습하지 않아서 뜨겁다는 기분만 느꼈을 뿐, 딱히 불쾌한 느낌은 없었다. 모두가 벤에 탑승하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전시장을 향해 달렸다. 뮌헨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 맞은편에서는 어제 본 광경과 똑같이 꽉 막힌 도로가 보였고 우리가 달리고 있는 차선에서는 그것과 반대로 쌩쌩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원래 일정은 전시 참관일정은 어제 하루만이었고, 오늘은 기업 견학이 주요 일정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20명 가까이 되던 인원들이 대거 참가포기를 하게 되어 견학이 예정되어 있던 기업 측에서 인원 부족과 일정자체의 취소 부담으로 미리 취소 통보를 해왔다고 했다. 독일 기업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굉장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전시회장을 한번 더 돌아볼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기회이지만, 기업 방문은 이런 특별한 기회가 아니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현재 얻은 기회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고 오늘 일정에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다짐이 무색하게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이 굉장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전시장에서의 설명과 자료들은 영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도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독일어로만 되어있었으면 번역기를 돌리느라 설명해 주는 사람과 서로 매번 민망했을 것 같다.) 다만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나에게는 상당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했다. 이것은 새벽 2시경부터 깨어있던 나에게 정신력을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사태는 본부장님과 함께한 점심식사를 마친 그 자리에서 40분을 내리 기절한 원인이 되었다.
전시장에서 오후 일정은 길지 않았다. 다행히 기업 견학 일정은 모두 취소되었지만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 중 KUKA라는 산업용 로봇 제조사 부스의 그룹 견학 기회를 얻어 우리 일행모두가 1시간가량 담당 매니저를 통해 부스 전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며 궁금한 점을 하나하나 물어보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전체적인 콘셉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어떤 주제로 전시기획을 했는지 듣는 것이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느껴졌다. 물론 하나하나 들어보면 대단히 특별한 내용이 추가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부스전체를 가이드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주제별 데모 플로우를 보고 들을 수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KUKA의 부스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짐(전시회 팸플릿, 기념품 등)들을 챙겨 전시회장을 나섰다. 원래 일정은 기업 견학을 하고 협회 분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지만 기업 견학일정이 취소되고 방금까지 전시회 관람을 했기 때문에 저녁 식사 전까지 다른 일정을 채워 넣기 위해 가이드께서 BMW Welt(박물관) 관람과 기념품 구매 일정을 미리 하는 것으로 일정 제안을 해주셨다. 모두 찬성하고 다시 발을 부지런히 놀려 기념품 가게(dm, 약국 등)로 향했다.
필요한 물건과 선물 등을 모두 어느 정도 구매를 하고는 다시 모여 BMW 박물관으로 향했다. 사실 원래 기업 견학을 했으면 BMW 본사 건물을 방문해서 더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는 기회였을 거라고 약간 실망을 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눈을 뗄 수 없게 되었다. 최신 SUV XM을 시작으로 해서 연달아 전기 SUV 및 고급 차종들을 전시해 두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롤스로이스 및 M4 coupe 및 고성능 차량들도 전시되어있었다. 전시차량들 일부는 탑승도 할 수 있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BMW M2 운전석에도 탑승해 보았다. 가이드께서 설명해 주시는 내용 중에 굉장히 설레는 내용이 있어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추가했다. BMW를 이곳에서 구매하면 박물관 2층에서 인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도 다음에 BMW를 구매하게 되면 여기서 한번 인수해보고 싶었다. 굉장히 쓸데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래 그런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 중에서도 가끔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 관람은 정말 감동과 눈호강의 정점이었다. 독일에 처음 와보는 것이긴 하지만, 해외를 처음 다녀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며칠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들에 평소와 다른 새로운 장소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설렘이 같이 하는 정도였었다. 하지만 BMW 박물관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감정을 선사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