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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Oct 23. 2019

마흔 살의 로망, 유화

로망의 취향 #2. 여전히 스스로에게 확신을 얻지 못한 질문을 던진다.


토요일 아침에 나와 나의 연인은 나란히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그는 햄치즈 파니니를 먹고, 나는 블루베리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바르던 순간이었다. 크고 작은 구멍이 뽕뽕 나있는 절반짜리 베이글의 단면에 찐득하면서도 뻑뻑한 텍스처의 크림치즈의 바르는데, 문득 잊고 있던 로망이 떠올랐다.


‘아, 유화! 전에 유화를 배우고 싶어 했었지.’


 하얀 크림치즈가 유화물감과 비슷 느낌이었다. 크림치즈를 바르는 일회용 나무나이프는 페인팅 나이프가 되고, 베이글은 캔버스가 되었다. 엉뚱한 발상에 픽하고 웃음이 터졌다.

 웃느라 스멀스멀 벌어지는 입가를 단단히 부여잡으며, 남자친구에게 고백했다.


“호야! 나 마흔 살쯤에 유화 배우고 싶어.”

“유화? 갑자기? 근데 시에나는 하고 싶은 거, 정말 많다.” 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호야는 피아노를 배울래? 피아노를 배우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친구에게는 문득 피아노를 권했다. 그는 절대음감이고, 또 어린 시절 꽤 오랜 기간 피아노를 쳤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피아노? 나는 나이 마흔에 피아노 학원 다시 다녀야겠네?”

“다녀야지. 왜? 별로야?”


 마흔 살이 된 남자친구가 건반모양의 피아노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꼬꼬마들 사이에서 어색함 없이 귀여울 것 같다. 남자친구의 성품이라면 가끔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사주며 피카추 모양 닭 꼬치를 사먹을지도. 다정한 피아노 아저씨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아니. 그럼 나는 체르니 100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마지막 한입 남은 베이글을 앙 하고 먹으면서,

“그럼, 해야지. 나 유화 꼭 배울꺼야!” 라고 한번 더 힘주어 말했다.


남자친구는 웃으면서 “시에나 돈 많이 벌어야 겠네.” 라고 답했다.


 순간 경제적인 여유가 취미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져서 입가에 머물던 웃음이 싹 가셨다. ‘돈.. 많이 벌어야 겠다.’ 갑자기 지금의 소비 생활에 반성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건, 돈이 많아야한다는 거겠지? 어리석은 질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니까.






오르세에서 다시 그림을 만났을 때는  노래를 들을 여유도 없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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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야기는 <안녕, 나의 취향!> 책을 통해, 이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bookk.co.kr/book/view/69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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