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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Oct 10. 2019

혼자만의 러브 해프닝

떠남의 취향 #3. 파리는 정말 사랑에 빠지기 충분했다.



 파리에 짐을 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선 시내의 첫 출발지는 콩코드 광장이었다. 국내외로 위상이 높은 한국 대기업의 핸드폰 광고가 한 건물 외벽 전체에 걸려있었다. 평소에는 사과 핸드폰만 고집하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 브랜드를 외국에서 만나니 왠지 애국심이 차오르며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 마음을 뒤로 한 채 파리의 거리를 향해 걸었다.




 가을이 성큼 와버린 파리는 무척 매혹적이라, 충분히 만끽하고 싶었다. 꽤 멀었지만 가을 파리 분위기에 취해 샹젤리제를 지나 개선문까지 걸어갔다. 개선문을 구경한 다음에는 에펠탑을 보러 갔다. 집시와 흑인 호객꾼들,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인을 찾으며 가까스로 인증 샷도 찍고 구경을 마쳤다.  



 첫 날의 마지막 코스는 퐁네프다리였다. 그 근처의 버스 정거장에서 내렸다. 길거리에는 예술작품들을 전시하듯 걸어둔 채 팔고 있었다. 캔버스에 파리의 풍경을 담은 유화와 사진, 오래된 샹송 LP판 등 이미 그 분위기만으로 운치가 흘러넘쳤다.





 20대 초반 소피마르소가 나왔던 로맨스영화 『La Boum, 1980』과 『You call it love,1988』를 통해 로맨틱한 사랑을 꿈꿨는데, 생각해보니 바로 이 곳이 영화의 배경이었다.


 마음이 금방 흐물흐물해져서, 낯선 여행지에 대한 경계가 사라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귓가로 부드럽게 흘러들어오는 불어나 샹송이 마음을 더 살랑이게 만든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따라 걸었다.


나탈리, 참 요염한 몸짓으로 물어보신다. What would you do for love?

 강가 옆 중세풍 건물에 걸린 향수 광고의 카피도 로맨틱했다. What would you do for love?(넌 사랑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니?)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대답을 할 수 없어서 잠시 혼자 웃고 말았다. 홀로 걷고 있는 내 주위로 간간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두른 채 발을 맞춰 걷는 연인들이 보였다.


 그들 사이에서 유독 시선을 잡아 끈 젊은 연인이 있었다. 둘은 서로 마주보고 꼭 껴안은 채 대화하듯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부끄러움도 없이. 처음부터 그렇게 그려놓은 그림처럼 자연스러웠다. 아무도 그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음미하듯 움직이는 모습에서는 서로를 더 깊게 알고 싶다는 은밀한 열망이 느껴졌다. 한순간도 상대방을 놓칠 수 없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키스가 하고 싶어졌다.


 누군가 파리에서는 사랑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이러다가 혹 할 만큼 매력적인 사람이라도 만나면 조금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는 정말로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나도 사랑에 빠질 뻔한 경험을 하고 말았다. 상대는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친해진 8살 연상의 김오빠였다. 그는 거의 매일 추리닝만 입고 구수해 보였는데, 파리 콩깍지 때문인지 사람이 좋아서였는지 호감이 생길 뻔 했었다. 착하고 재미있는데 조금 어수룩한 구석이 있어서 인간미가 있었다. 며칠 지켜본 결과 ‘아 이 오빠는 백퍼센트 중·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다.’ 라는 추측이 들었지만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해외여행에서 만난 한국인끼리 이름 이상의 신상정보를 묻는 건 거의 금기시되어있다. 암묵적인 동의였다. 우리도 서로의 깊은 사정은 밝히지 않은 채 어울리고 있었다. 어차피 여행이 끝나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 갈 테고. ‘한국에 돌아가도 연락하고 지내자.’ 라는 무모한 약속을 할 정도로 순수한 나이가 아니었다. 가끔 파리를 생각하면 ‘그때 참 재미있었지.’ 정도로 추억할 인연 일뿐이었다.


 친해진 사람들과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서로 다음날 계획을 물어보다가 퐁피두센터와 베르사유 궁전에 가볼까 한다는 내 말에 김오빠는 재밌겠다며 나의 일정에 숟가락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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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야기는 <안녕, 나의 취향!> 책을 통해, 이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bookk.co.kr/book/view/69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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