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교수님..? 혹시..저 기억나시나요...?
학교 성적이나 어학 점수가 다 준비되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추천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마음을 졸이고 애를 먹는다.
먼저, 추천서의 개념이 한국과 미국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면, 왜 이게 그렇게 중요한지 좀 더 납득이 될 거다.
한국에서는 추천서를 주고받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서로 잘 몰라도, 딱히 큰 실수를 하지 않은 이상, 그냥 좋은 말로 적당히 포장해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추천서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지원자의 성향과 진정성을 확인하는 핵심 자료다. 본인의 강점, 태도, 인성 등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 지원할 때, 많은 사람들이 평소 친분이 있던 교수님이 없거나, 부탁드리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엔 마감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추천서를 안 써주셔서 마음 고생을 하는 경우도 적잖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1) 추천인 변경 전략
학교 시스템에서 추천인의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메일이 발송되는데, 추천서를 써주시지 않는다면 다른 분께 부탁하고 추천인을 교체하거나, 학교에 연락해 해당 추천인을 철회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내볼 수 있다.
2) 데드라인 여유 확보 전략
추천서를 부탁드릴 때는 마감일보다 2주 정도 앞선 날짜를 ‘내 마감일’이라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 실제 마감일이 12/31이면, 교수님께는 12/15일까지 부탁드리기.
추천인이 여러 학교를 맡아야 할 경우엔, 학교별로 마감일을 묶어서 2그룹 정도로 정리해 드리면 교수님이 훨씬 수월하게 작성하실 수 있다.
가끔 교수님이 “네가 먼저 초안 써와봐”라고 하실 수 있다. 이럴 땐 자기소개서, CV, Resume 등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를 뽑아서 틀을 잡는다. 하지만 실제 추천서 내용은 교수님이 경험하신 내 모습과 강점을 직접 작성해주시는 게 진정성도 있고, 읽는 사람에게도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구구절절 써가는걸 교수님이 요청하신 게 아닌 이상, 이 방법은 가장 추천하지 않는다. 또한 문체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틀은 제공해드리 되, 결국 교수님이 직접 작성하시는 것이 가장 좋다.
미국 대학원 입학 추천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게 들어가면 좋다.
1) 추천자가 지원자를 어떤 맥락(수업, 연구, 프로젝트 등)에서 보았는지
2) 문제해결 능력, 논리력, 창의성, 협업능력, 리더십 중 실제 사례를 서술함으로써 강점을 더욱 더 강조하는 내용
3) 지원자의 성격이나 태도, 예를 들면 진정성, 책임감, 지속적인 노력 등 인성적인 면에서의 강점
4) 대학원 진학 적합성으로 연구능력이나 전공에 대한 열정이 대학원 과정과 잘 맞는 이유
그 밖에도 필요한 내용을 추가해도 좋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저 4가지 유형이 들어가면 좋다.
참고로, 추천서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교수님이 자유양식으로 작성할 수 있는 경우, 간혹 맨 아래에 본인 사인을 넣어주시기도 한다. 별거 아니지만, 받아보는 학교의 입장에서는 신뢰도가 올라갈 것 같다. (하지만 이거는 교수님의 스타일이고, 학교에서 요구한 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신뢰도를 올리기 위한 하나의 작전(?)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교수님과 친하지 않거나 애매했던 경우엔, 조금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이가 안 좋았던 교수님께는 원칙적으로 부탁드리지 않는다.
수강했던 교수님 중 내가 가고 싶은 분야를 전공하셨거나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께 미팅 요청 메일을 드린다.
특히 대형강의를 맡으신 교수님은 대부분 학생을 기억하지 못하신다. 이 점을 활용해서 예전에 들었던 수업을 언급하며 상담을 요청드리고, 직접 찾아뵈어 진학계획을 말씀드리며 추천서를 부탁드리는 전략이 있다.
대형강의를 맡았던 교수님은 학생들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잘 기억하지 못하신다. 이걸 이용하는거다. xx과목을 들었던 ooo인데, 굉장히 능청스럽게 그간 잘 지내셨냐고. 그리고 교수님이 열정적으로 수업하셨을 때 기억과 본인의 관심사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혹시 상담을 좀 해주실 수 있는지 이메일로 요청을 드린다. 교수님들은 보통 바쁘시기 때문에, 3번까지 이메일을 보내보고도 답장이 없으시다면, 다른 교수님을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나서 직접 찾아가서 결판을 보면 된다. 이런 경우 학생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실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대비해서 미팅에 가기 전에 본인의 resume, CV, 관심사, 대충 추천서에 넣으면 좋을 내용을 준비해둔다. 그리고 추천서에 넣을 내용은 bullet point같은 걸로 정리해서 미팅 때 함께 드리면 좋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찾아가서 직접 추천서를 부탁드리면 대부분은 거절하기 어려워하신다. 교수님들은 열심히 준비해오고 열정적인 학생들에게 약하시다.
혹시 교수님이 “내가 적절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하신다면, 그 학교 출신이거나 관련 있는 다른 교수님, 혹은 박사과정 학생이라도 소개해주실 수 있는지 정중히 여쭤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인맥을 넓혀 새롭게 부탁드릴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상대방이 먼저 "내 이름 써도 된다"고 해주시는 경우도 있다. 결국 추천서는 소극적으로 받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과정이다.
추천서를 부탁드리는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보통 원서 접수는 9월부터 시작되므로, 적어도 7월~8월 초엔 추천서를 부탁드리는 게 좋다.
교수님과 관계가 좋더라도, 스케줄이 안 맞으면 추천서 준비가 꼬이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을 미리 알고, 추천서에서 고생하는 분들 없길 바란다 :) 벌써 4월인데, 지금부터 어떤 분께 부탁을 드릴 지 슬슬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