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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en Jan 23. 2018

 [영화]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H에게

1.

'We found love in a hopeless place.'

 이 영화는 희망이 없는 곳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Star에 관한 이야기야. 그래서 결국 희망적이거나 성장적인 영화는 아냐. 어떤 방황하는 별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이야기. 

 

 영화는 Star가 동생들과 쓰레기통을 뒤지는 씬으로 시작해. 성추행을 일삼는 남자친구. 그의 집 말고는 살 곳이 없는 그들. 동생들을 자신에게 떠맡기는 매정한 엄마.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어떤 곳이든 날아가고 싶은 열여덟.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때, Star는 첫 눈에 Jake에게 반한 것 같아. 매대에 올라가서 미친 놈처럼 춤을 추는 Jake와 그의 친구들. 사랑하는 사이가 그런 것처럼 둘은 우연히 만나 알 수 없이 서로에게 끌려. 

Jake는 Star에게 자신이 하는 판매일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하고, 다음 날 Star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여정이 시작돼.


'너 이름이 뭐야?'

'Star'

'진짜 네 이름이 뭐야?'

'Star'

'네 이름이 진짜 Star란 걸 증명해봐, 그럼 이걸 줄게.'

'우리 엄마는 사람들이 별에서 왔다고 믿었거든. 죽은 별에서.'


 Jake 일행이 하는 일은 Door-to-door sales, 봉고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면서 잡지 방문판매를 하는거야. 주로 부잣집 동네를 찾아 불쌍한 행세를 하면서 돈을 걷는데, 그 돈을 관리하는 돈사장(Crystal)은 따로 있고, 봉고차에 탄 친구들은 수입의 얼마쯤을 Crystal로부터 분배 받는 구조야. 

 그들 중의 Jake는 무엇이든 팔 수 있을만큼 판매실적이 가장 좋아. 그는 고객을 파악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는데 천부적이야. 누구나 쉽게 Jake에게 마음을 열어. 그런 Jake에게서 Star는 방문판매 일을 배우기 시작해. 

 한 부잣집을 타겟으로 두 사람의 첫 임무가 시작되는데, Star는 이미 Jake가 마음에 안 들어.

'Hi, What's your name? Destiny? Hey Destiny! Can you feel this texture? Can you feel it? It's a boyfriend texture.' 

Jake가 여자들의 마음도 잘 여는 것 같거든. 생일파티 중이였던 Destiny라는 여자애는 Jake를 꼬시는 듯이 젖은 옷에 춤을 춰대고, 그걸 빤히 쳐다보는 Jake를 Star가 쳐다봐. 

'아줌마가 이 잡지를 사주는 게 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길이에요.'

Jake의 설득에 Destiny 엄마는 뭘 공부하고 싶냐고 물어. Politics. 

아줌마가 피식 웃는 것 놓치지 않고, Star는 왜 웃냐고, 그게 웃기냐고 아줌마를 공격해. 

'엄마가 소차에 몸을 던져 죽었는데, 쟤 동생이 아직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저래요.'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해보려는 Jake는 거짓말을 덧붙이고, Star는 그건 웃기지도 않는다며 거짓 연극을 끝내버려. 

 Jake는 제멋대로인 Star에게 화가 났고, Star는 Jake가 한 지나친 거짓말들이 잘못됐다고 소리쳐. 

'저 아줌마가 너를 무시했단 말야!' 


 둘은 그렇게 같이 한 집, 두 집 문을 두드리며 다니는데, 잡지를 파는 대신 결국 서로 사랑하게 돼. 

'사실 네가 그렇게 해줘서 좋았어.'

'다음에도 가끔씩 그럴게.' 


  Jake는 돈을 벌기 위한 거짓 행세쯤은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여. Crystal이 부르면 그녀 다리에 로션 마사지를 100번은 더 할 수 있는거야. 근데 사실 그는 돈보다 별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래서 Jake는 Star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Star는 돈을 버는 게 중요했던 애가 아니거든. 본인 스스로 뭐가 중요한지 알지는 못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 자연스러운 사람은 아니니까. 


 'What's your dream?"

 'I've never been asked that  before.'

'You have now.'

'I wanna have my own space, and my own trailer.'

 

 잡지를 팔려고 얻어 탄 차에서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게 된 Star가, Jake에게도 꿈이 뭐냐는 질문을 해.

'Dream? Like future dream?'

Jake는 보석들이 가득 담긴 가방을 열어 보여주면서, 나무가 많은 곳에 작은 집을 갖는 게 자기 꿈이라고 말해.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아니, 조금 더 모아야 해.'


 판매지를 옮겨다니던 그들은 유전 부자들이 사는 몬타나로 가게 돼. 그곳에서 Star는 한 남자로부터 1000불을 받고 몸을 팔고.   

'이 돈으로 너랑 같이 떠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Did you sleep with him, Star?' 

Jake는 Star가 몸을 팔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Star와 일행들을 두고 떠나버려.


 영학이는 몸을 파는 Star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는데, 나는 그 1000불로 Star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알게 되었을 때, 그 애가 이해되더라. 눈물 콧물 흘리면서 걔랑 잤냐고 소리치던 Jake가 Star를 떠나는 것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와 함께 꿈꾸고 싶고, 사랑하기 때문에 지켜주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 그 돈이면 자신들의 꿈에서 살 수있을 거라고 생각한 Star, 훔친 보석들로 꿈을 꾸고 게임처럼 생존하지만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가치들이 있었을 Jake. 척박한 돈의 땅에서 심어지지 못하고 떠돌아야 하는 두 사람. 

 

 Jake가 Star를 떠나는 걸로 영화가 끝나지는 않아. 언니가 이 영화를 볼지도 모르니, 결말은 아껴둘게.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눴던 장면들은 오래 기억할 것 같아. 물에 빠진 벌이나 창문에 갇힌 벌을 보게 되면 구해줄거야. 벌은 날아야 하니까. Star는 빛나야 하고.          



2.

 스타벅스야. 스타벅스 커피는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 이 자리를 사랑해. 사거리 한 모퉁이, 테이블이 열 개도 안되는 작은 스타벅스인데, 여기서도 나는 다시 모퉁이를 찾아 앉았어. 바깥은 어스름해. 이러다 곧 밤이 오겠지.  유리 벽 밖으로 사람들이 도보를 걷고, 차들은 이차선 도로를 달려. 퇴근 시간이라 다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재빨라. 밖을 쳐다보다 가만히 생각이란 걸 하고 있는 이런 순간들이 가끔씩은 너무 벅차.


 M Train. 설렌 마음으로 기다렸던 책이야. Patti Smith 스스로가 자기 삶의 roadmap이라고 소개하는 책. Patti Smith는 1960-7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였어. Horses라는 앨범이 가장 유명하대. 나도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단지 Just kids라는 책에 대해서만 들어봤을 뿐이야. 그러다 그녀 책의 인용구를 어디선가 보고 그것이 너무 선명해서 그녀가 알고 싶어졌어. 눈을 뜨면 매일 가는 카페의 그 자리에 앉아 블랙 커피와 토스트를 주문하는 사람.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 한 때 카페를 갖고 싶었대. 블랙 커피와 토스트만 파는 노래가 없는 작은 카페. 내가 아끼는 커피를 그녀도 아낀다니 반갑다.


 머리를 짧게 잘랐고 크로스핏을 그만뒀어. 언니한테 재즈댄스 배울 거라고 말했잖아. 비자를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춤추는 거야. 우리가 다시 태어나서 댄서로 살 확률은 전혀 보장받을 수 없으니까, 지금 춤을 춰야해. 

 춤을 추는 나를 상상하는 것, 커피를 마시는 유리벽의 나를 응시하는 것, 날 보고 웃는 영학이 얼굴을 떠올리는 것,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쓰는 작은 자유에 앉아 있는 것, 이것들 속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 

 

 스쿠버 다이빙은 어땠어? 바닷 속에서 뭘 봤어? 산소통 공기가 줄어드는 게 아쉬웠던 여행이였어? 

언니 얘길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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